쉼표 여행

우연은 언제든 찾아와요!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 ‘포항’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촬영으로 포항이 한창 떠들썩하다. 포항은 관광지로 덜 알려진 곳이지만, 이번 드라마로 포항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 ‘구름과 바다의 경계가 없는 곳’, ‘살아 있는 파도’ 내가 본 포항의 첫인상은 그랬다. 휴머니즘을 토대로 한 로맨틱 코 미디 <갯마을 차차차>의 촬영지가 포항이라는 것은 정말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글. 김효정   사진. 문정일
두근두근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니? <갯마을 차차차>
출처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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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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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아니어도, 남의 연애 이야기가 설레는 이유는 그 감정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연애 이야기에 같은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니다. 나도 모르게 주인공의 감정에 빨려 들어갈 만큼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야 가능한 일. 최근 방영을 시작한 <갯마을 차차차>의 인기는 뜨겁다. 극의 주인공인 홍두식(김선호 분)와 윤혜진(신민아 분)의 통통 튀는 러브 스토리는 주말 밤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우연한 계기로 갯마을 공진에 치과를 개업하게 된 서울 여자 윤혜진은 여기저기 오지랖을 떨며 공진 사람들의 일을 돕는 홍두식과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겪으며 친해지게 되고 자신들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여기에 공진 사람들의 아기자기한 스토리까지 엮어가며 흥미를 더했다.
<갯마을 차차차>에서는 분란과 음모, 증오와 같은 드라마를 재미있게 만들어 줄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아름다운 시골 풍경과 그곳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만으로도 스토리의 전개는 충분해진다. 그리고 공진에는 세 가지의 미스터리가 존재한다. 하나는 ‘두식이 대학을 졸업하고 난 이후 5년간의 행방’, 두 번째는 ‘화정과 영국이 헤어진 이유’, 세 번째는 ‘공진에서 로또 14억에 당첨된 사람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 궁금증이 해결되면서 이야기 전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소나기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어. 이럴 때는 어차피 우산 써도 젖어. 이럴 땐 아이 모르겠다 하고 그냥 확 맞아버리는 거야. 그냥 놀자 나랑.” -<갯마을 차차차> 홍두식 대사 또다시 후회하는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뿐이다. 담담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한발짝 나아가는 것. -<갯마을 차차차> 내레이션 서핑하기 좋은 날, ‘월포해수욕장’
하늘과 바다가 그대로 맞닿아 있었다. 마치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포항의 바다를 본 적 있는 사람들은 내 말에 모두 공감할 것이다. 거센 파도가 발끝까지 밀려들었지만 왜인지 뒤로 물러나기가 싫었다.
주말이었지만, 월포해수욕장은 한가했다. 이른 오전이라 그런지 해변을 거니는 사람도 잘 보이지 않았다. 서핑을 즐기는 사람을 제외하곤 말이다.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바다 안쪽으로 서핑보드가 하나 둘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아름다운 공간을 만나니, 나도 당장 보드를 들고 뛰어들고 싶었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거센 파도에 그대로 몸을 맡겨 바다를 그대로 느끼는 그들은 물에 빠지면 빠지는 대로, 자연이 이끄는 대로 바다를 즐겼다. 그 모습이 참 자유로워 보였다.
<갯마을 차차차>에서도 홍두식은 이곳의 파도를 그대로 느낀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최저시급만 받고 누군가를 돕는 그에게는 한 가지 철칙이 있다. 바로, 자신이 일을 하고 싶을 때만 일을 하는 것. 놀고 싶을 땐 수억 만금을 준다고 해도 일을 하지 않는다. 그는 가끔 베짱이처럼 바다를 찾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 이곳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곳은 홍두식과 윤혜진이 처음 만났던 장소다. 홍두식이 윤혜진의 구두 한 쪽을 찾아주면서 둘은 운명처럼, 다시 재회하게 된다(두 사람이 아주 어린 시절 이 바다에서 만난 적이 있다).
윤치과가 있는 곳 ‘청진항’과 ‘묵은봉’
무작정 언젠가는 서핑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월포해수욕장을 빠져나와 찾은 곳은 청진항. 네비에 청진항이 제대로 찍히지 않아 그 주위를 서성이다가 ‘청진3리 어민복지회관’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어민복지회관은 이미 ‘윤치과’로 드라마 세트장이 되어있었다.
우리는 윤치과를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윤치과다.” 드라마에서 윤치과는 윤혜진이 공진에 와서 개원한 곳으로 드라마 촬영의 주된 장소가 되는 공간이다. 마침 운이 좋게도, <갯마을 차차차> 드라마 촬영을 준비하는 촬영 스텝들의 모습이 보였다. ‘곧 신민아와 김선호도 오는 건가’ 싶었지만, 다음 일정이 있어 여기에서 오래 머무를 순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찾은 곳은 사방기념공원. 사방기념공원에는 홍두식이 작은 배 한 척을 고치는 모습을 촬영했던 언덕(묵은봉)이 있다. 잘 정비된 공원이면서 입장료도 무료라 그런지, 이곳에서는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눈에 띄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묵은봉. 묵은봉 꼭대기에 홍두식(홍반장)의 배가 있다. 묵은봉은 해발 126.3m의 봉우리다.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힘겹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의 인내심은 필요하다. 빨리 오르고 싶다면 일직선 계단을 선택해서 오르면 되고, 천천히 다리에 무리 없이 오르고 싶다면 완만한 길로 봉우리를 감싸 안으며 오르면 된다.
어떻게 올랐건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예술.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가 아니었더라면 이 꼭대기를 오를 수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포항의 작은 마을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확 트인 공간에서 잠시 땀을 식힌다.
드라마 속 공진 시장, ‘청하 5일장’
청하 5일장에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세트장이 여럿 마련되어 있다. 전직 가수 오윤이 운영하는 ‘한낮에 커피 달밤에 맥주’는 이제 더 이상 촬영을 하지 않는지, 문 앞에 ‘청하 남선 알미늄’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드라마에서 보았던 민트색의 문이 아니라 아쉬움이 남았다.
청하 시장 쪽에는 공진 시장의 상징물인 ‘오징어 동상’이 늠름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윤혜진과 마을 아이들이 이곳에 앉아서 이야기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근처로는 공진 사람들의 생필품과 과자를 판매하는 ‘보라슈퍼’, 홍두식의 친구가 사장님인 ‘청호 철물’, 남 말하기 좋아하는 아줌마의 가게 ‘공진반점’ 등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장소가 많아 보물찾기처럼 공간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한참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곳에 실제로 거주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불쑥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내일 와요. 내일 청하 시장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는데, 배우들 다 볼 수 있어요.” 낯선 사람에게도 거리낌 없이 말을 건네는 건 시골 사람들의 때 묻지 않은 마음일까.
가끔 이런 곳에 오면 조용한 공간에서 평화롭게 사는 나를 상상해 보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어린아이로 돌아가고 싶은 날이면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포항의 바다에 몸을 던지는 서퍼들처럼. 나도 홍반장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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