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행복을 찾다, 혼자 사는 즐거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다큐는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다. 매회 전국에 자연과 벗하며 살고 있는 사람을 찾아가서 그들의 독신생활을 보여주는 내용인데 9년째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사랑을 받고 있다. 주 시청층인 중년 남성들은 자신이 시도하지 못하는 ‘자유인의 삶’을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리만족 한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2년 2개월 동안 월든 호수가에 오두막을 짓고 홀로 산 체험을 기록한 책 『월든』의 한국판이라고나 할까?
글. 안경숙(국민연금공단 지사장)
혼자 사는 법 ①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동거인이 없는 독신의 삶은 자유롭다. 원하는 시간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싫으면 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평온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먹고 싶은 음식을 요리하거나 집을 비우고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자유이다. 그러나 모든 독신이 이런 자유를 쉽게 누리는 것은 아니다. 이혼이나 사별로 혼자가 된 사람들은 충격을 극복하고 평안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혼자 자유롭게 살던 사람도 몸이 여기저기 아프면 누군가 의지할 사람을 찾는다. 즉 젊어서는 혼자 자유롭게 사는 것이 좋지만 늙거나 죽음이 가까이 오면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있는 것이 좋다’라는 이중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혼자 살기의 진정한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단단한 마음의 준비와 구체적인 삶의 지혜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일본 작가 오에노 지즈코는 『독신의 오후』에서 혼자 살아가는 능력을 ‘싱글력’이라고 하며 혼자서도 잘 살기 위해서는 ‘경제’, ‘정신’, ‘생활’, ‘신체’의 자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흔히들 혼자 살기 위해서는 ‘돈’과 ‘건강’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배고프고 몸 아프면 가족보다 좋은 게 없다면서. 건강과 경제력을 하루아침에 만족하게 갖출 수는 없다. 그러나 ‘자연인이다’의 주인공들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한결같이 ‘이 생활에 만족한다’라고 대답한 것처럼 준비된 자금의 수준에 맞춘 생활을 한다면 얼마든지 즐거운 독립생활을 할 수 있다. 집은 혼자 살기에 적당한 크기로 줄이고 경제적 지출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배우고 싶은 것, 경험하고 싶은 것을 우선순위로 하여 ‘지금 여기’의 삶을 즐기며 살면 된다.
혼자 사는 법 ② 취향에 맞는 환경 만들기
오랜 기간 살림의 노하우를 익힌 여성과 달리 중년남성이 혼자 살며 부딪히는 가장 큰 문제는 소소한 일상생활 유지능력이다. 삼시세끼 밥상을 차려 먹는 일, 집안을 치우고 청소하는 일, 외출할 때 옷 갖춰 입기, 슈퍼에서 쇼핑하기 같은 것이다. 실제 행복감은 이런 소소한 일상에서 생기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을 때 마음마저 우울해진다. 혼자의 삶은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안하지만 이 상황을 직시하고 약간의 용기와 호기심을 가지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4인용 식탁을 치우고 나만의 존재를 도드라지게 해주는 1인용 식탁을 배치해본다. 책을 읽고 편안하게 영화를 시청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좋아하는 무늬의 커튼을 달고 따스한 빛이 나오는 조명을 설치한다. 밖에 나가면 바로 들어오고 싶은 독신의 거처를 만들어본다. 많은 경우 우울은 눈앞에 보이는 구질구질한 현실에서 생겨난다. 그래서 독신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나의 취향에 꼭 맞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좋다. 현대 문명의 발달은 혼자 사는 사람이 품위를 유지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밥하기 싫은 날은 동네 맛집에 가서 근사하게 외식을 하고, 이도저도 귀찮은 날은 배달을 시키거나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기도 한다. 청소가 어려울 땐 도우미를 요청하고 세탁소에서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깨끗함을 장착해준다.
혼자 사는 법 ③ 관계 맺기의 법칙을 유념하라
혼자가 된 사람들은 자유생활을 즐기는 와중에도 어느 날 문득문득 외로움을 느낀다. 배우자나 가족에게 많이 의존하던 사람들은 그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혼자 살며 잘 놀기 위해서는 시간을 함께 보낼 관계망이 필요하다. 같은 취향이나 관심사로 연결된 사람들은 가족이나 직장동료와 달리 관계는 느슨하지만 함께하는 정신적 만족도는 매우 높다. 모든 일상을 공유하는 부담 없이 서로가 필요할 때 만나 즐기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결국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잘 보내는가에 성패가 달려있다. 사람과의 관계 맺기가 어렵다면 책과 자연을 친구로 두는 것도 혼자살기의 즐거움을 누리는 한 방법이다. 동서고금의 석학과 작가들을 언제든 내가 원하는 시간에 불러낼 수 있고, 모든 아름다움과 고요함, 광활함으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자연은 내가 한발짝만 옮기면 언제든 곁으로 오는 변치 않는 친구다. 소로우는 『월든』에서 호수와 나무, 그리고 야생동물들, 심지어는 태양과 아지랑이도 벗으로 소개했다.
혼자 사는 법 ④ 가족이 있더라도 혼자되기 실천하기
혼자 사는 사람과는 반대로 가족과 함께 살면서 홀로 있는 시간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 별거나 졸혼을 고민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가족 속에서 혼자되기를 실천해보기 바란다. 『혼자가 좋다』를 쓴 프란치스카 무리는 일년에 한 번씩 ‘독서주간’을 가진다고 한다. 휴가를 내서 다른 지역의 호텔에 투숙하며 하루 종일 국립 도서관에 틀어박혀 지낸다고 한다. 혼자 살기 때문에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것이 자유롭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가족이 있다고 해서 못할 일은 아니다. ‘부부 휴식년제’를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엄마가 뿔났다』에서 김혜자가 1년 휴가를 선언하고 집을 나간 것처럼 폭발하기 전에 혼자의 자유를 누릴 시간을 상호간에 줄 필요가 있다.
가족과 함께 보내건 혼자 살건 세월이 흘러 신체가 쇠하고 다가오는 죽음은 어찌할 수가 없다. 모든 사람에게 오는 상황이지만 이 위기를 혼자 맞이하는 경우 두려움은 더 크다. 그러나 요즘은 가족이 있어도 집에서 간병을 받고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드물다. 독거노인,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뉴스에 등장하는 것에 대해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의 저자 노명우교수는 ‘독거노인과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진다면, 그것은 그들이 혼자 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립적인 삶을 사는데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혼자 산다는 것은 단순한 주거형태나 배우자의 존재여부가 아니다. 개인적 존재로 정신적 홀로서기가 되었는가 하는 문제이다. 독립된 존재로서 자유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소로우는 말한다. “당신 내부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라. 그리하여 무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상을 위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라.” 혼자 사는 즐거움은 인간으로서 홀로서기를 성취한 사람들이 맛보는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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