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생

베란다 식물, 겨울을 나기 위한 월동준비

지난해, 친정어머니가 애지중지 키우던 다육이 20여 종이 8살 된 조카 손에 집단 사망할 뻔한 사건이 있었다. 기온이 급격히 저하된 쌀쌀한 가을, 집밖의 다육이를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전기장판 위에 다육이를 눕혀놓고 구스 이불까지 덮어둔 것이다. 다행히 다육이들은 구조돼 무사히 1년을 보냈고, 올해 다시 월동 준비에 들어갔다.
월동이라 하여 무조건 따뜻한 환경만 만들어주면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섬세한 식물들에게 월동준비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리 반려식물들의 따뜻한 겨울나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글. 오미정
잎과 줄기가 시들었다고 죽은 게 아니다! 식물의 겨울잠
날이 추워지면 잎과 줄기가 시들고 뿌리만 남는 식물들이 있다. 이때 나는 식물이 죽은 줄 알고 그들의 장례까지 치렀는데, 한참 후에야 그들이 동면 상태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았다. 잎과 줄기가 시들고 흙만 남았다고 식물이 죽은 게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아열대나 열대우림지역 출신 식물들을 많이 키우는데, 이들은 날이 추워지면 활동을 성장을 멈추고 겨울잠에 빠진다. 이를 식물이 죽었다고 착각해 필자와 같은 대죄를 저지르지 말기를 바란다.
1. 실내에 들여놓자 : 잎이 크고 줄기가 굵은 열대기후 식물
가정에서 주로 키우는 식물은 관상용이다. 반려식물계의 터줏대감인 난을 비롯해 다육이, 몬스테라, 제라늄, 유칼립투스, 고무나무 등이 재배되고 있는데, 이중에선 따뜻한 실내로 대피시켜줘야 하는 식물과 서늘한 환경을 유지해줘야 하는 식물이 있다.
고무나무처럼 잎이 크고 화려한 관엽식물은 대개 열대지방에서 자란 식물이기 때문에 추위에 약하다. 열대기후 식물들은 기온이 영상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실내로 옮겨두고, 특히 겨울 찬바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다육이도 실내 대피 대상이다. 작아서 추위에 강해 보이지만 다육이는 수분이 많은 식물이기 때문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갈 때까지 실외에 방치해두면 냉해를 입을 수 있다.
실내로 대피한 식물들은 햇빛이 잘 들고 바람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는 공간에 배치한다. 외풍이 심한 집은 문풍지 등을 덧대어 식물에 겨울바람이 닿지 않도록 한다. 또 화분은 선반 등을 사용해 바닥에 접촉하지 않게 하는 게 좋다. 바닥 난방이 되는 가정의 경우 바닥 열로 인해 흙 속 수분이 말라 뿌리가 건조될 수 있다. 또 가습기를 사용해 적정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겨울은 난방열에 실내 공기 속 수분이 증발해 더욱 건조해지는데, 열대기후 식물은 습도가 낮으면 잎 끝이 갈변하고 시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2. 베란다에서 관리하자 : 잎이 작고 줄기가 딱딱한 온대기후 식물
줄기와 잎이 딱딱하고, 잎이 작은 점이 특징인 온대기후 식물은 기온이 올라가면 잘 자라지 못한다. 수국, 제라늄, 유칼립투스 같은 식물이 이에 속하는데, 이런 온대기후 식물은 영상 10도 이하 공간에서 관리해주는 것이 좋다. 그래서 겨울에는 베란다나 발코니, 개방형 현관 같은 곳으로 이동시키기를 추천한다. 특히 수국처럼 꽃을 피우는 온대기후 식물은 영상 10도 이하 저온 환경에서 꽃눈이 생기기 때문에, 저온 환경에서 재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허브도 온대기후 식물이라 저온에서 관리하는 게 좋다. 특히 허브는 기온이 높으면 병충해가 잘 생기는데, 기온을 영상 10도 이하로 떨어뜨리면 추운 환경에 취약한 세균들이 흙 속에서 죽어버린다.
베란다 등의 공간으로 대피시킨 식물들은 뿌리가 말라 죽지 않도록 최소한의 물을 공급하면서 관리하면 된다. 물은 한 달에 한 번, 미온수로 뿌리 부근 흙까지 흠뻑 젖을 만큼 주면 된다. 물을 지나치게 자주 주거나, 찬물을 공급하면 흙 속 수분이 얼어서 식물이 동사할 수 있다.
참고로 온대기후 식물이 저온에 강하긴 하지만 겨울바람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면 열대기후 식물과 마찬가지로 냉해를 입을 수 있다. 때문에 집안 환기가 필요할 때는 낮 최고기온일 때나 햇볕이 따뜻할 때를 이용한다.
겨울에는 식물의 겨울잠을 지켜주는 게 좋아
식물은 겨울에 활동을 멈추지만 기온을 영상 20도 이상으로 유지해주면 겨울잠에 들지 않고 계속 성장한다. 사계절 내내 식물의 활동을 보고 싶다면 실내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해주고 수분과 햇빛도 주기적으로 공급해주면 되지만, 자연의 순리를 따라 식물의 겨울잠을 지켜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꽃이란 오랜 기다림 끝에 피었을 때가 더 아름다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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