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오가든스 대표 오경아 가든디자이너

오경아 가든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나무와 꽃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감이 느껴진다. 차곡차곡 심어온 식물을 보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가든 디자이너인 오경아 대표는 소소한 자연이 자유롭게 살아 숨 쉬는 힐링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 글. 김민주 사진. 이정수
꿈속의 정원을 현실로 그리는 일
정원을 떠올리면 어린 시절 읽은 《타샤의 정원》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미국의 동화작가인 타샤 튜터의 정원 사진과 글로 엮어진 책인데, 그 책을 읽다보면 정원을 가꾸는 일은 단순히 식물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부지런함과 책임감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날 내가 만난 오경아 대표도 일평생 정원과 함께 해온 타샤처럼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열정 가득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은 가든 디자이너가 되어있고 또 어느 날은 원예 서적을 쓰는 작가, 번역가가 되어 있는 그는 24시간 가든과 함께하고 있다. “가든 디자이너는 주거지 바깥공간을 디자인하고 그걸 도면화하여 설계하는 직업입니다. 주로 가드너라는 직업이랑 많이 혼돈하시곤 하는데요. 가드너는 식물을 잘 키울 수 있게끔 돌보시는 분이고, 가든 디자이너는 정원을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건축 디자이너와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뿐만 아니라 시공을 위해 도면을 그리고 시공현장이 펼쳐지면 제가 구상했던 디자인과 얼마나 유사하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감리까지 거치게 됩니다.” 오경아 대표가 설립한 ㈜오가든스는 ‘오경아가든디자인연구소’와 ‘오경아정원학교’로 구성돼 있다. 그는 오경아가든디자인연구소를 통해 가든 디자인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오경아정원학교에서는 강의를 개설하여 ‘정원 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오경아정원학교는 연간 맴버쉽 제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총 10회의 강의를 진행한다. 실제로 그의 수업을 듣기위해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광주, 제주 등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이 전국구에서 찾아오고 있다. “가든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정원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또 그 일이 사회적 공헌과도 직결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사실 정원 생활이 우리나라 분들에게 익숙한 문화는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께 열두 달 동안 정원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등 정원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또 수업뿐만 아니라 정원에 대한 책도 쓰고 인터뷰 섭외에 응하는 이유는 저를 통해 가든 디자이너의 삶을 접하신 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직 한국 사람에게는 낯선 문화일 수 있지만 정원이 우리 삶에 주는 이로움이 분명히 있거든요.(웃음)”
영국에서 시작된 ‘가든 디자이너’의 삶
오경아 대표는 1989년 대학 졸업 후 방송국에 입사하여 2005년까지 약 16년간 라디오 작가로 일을 했다. 그러나 라디오는 드라마와 예능과는 달리 오직 말로만 전달하는 매체여서 늘 방대한 양의 원고를 써내야 했고 어느새 그의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상태였다. 결국 오경아 대표는‘이종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라는 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라디오 작가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방송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심신이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매일 오후 4시에 생방송이 시작되고 또 방송이 마치면 내일 진행될 생방송 원고를 작성해야 하루 일과가 끝이 났거든요. 이러한 생활패턴이 반복되면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서 결국 방송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후 두 자녀와 함께 외국으로 나가는 결심도 서게 됐고요.” 오경아 대표는 영국으로 떠난 후 진로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스치던 것은 단독주택에 살던 시절 기르던 식물과 취미로 계속해왔던 미술이었다. “제가 식물을 가꾸고 그림 그리는 걸 참 좋아하는데, 이 두 가지 분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가든 디자인’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가든 디자인을 정석대로 배워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영국 에식스 대학에 입학했고 석사부터 박사까지 약 8년의 시간을 거쳐 공부를 끝마치게 되었습니다.”
삶의 여유와 깨달음을 주는 정원
오경아 대표는 방송 작가 일을 벗어던지고 가든 디자이너로 새롭게 출발했다. 그는 두 직업이 직종은 다르지만 창의적인 영역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적자산을 기초로 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창출해내는 일. ‘글’과 ‘디자인’이라는 도구만 다를 뿐 고도의 집중력과 창의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두 직업의 결은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라디오 작가로 일할 때 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온전히 글만 쓸 때보다 자연과 함께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더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오경아 대표. “뭔지 모르겠지만 삶에 이유 없이 불안감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50세가 넘으면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나이가 먹어도 똑같더라고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걷잡을 수없이 들 때 정원은 저에게 이런 메시지를 줬습니다. ‘안 되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내려놓아야 할 땐 내려놓자’사실 식물을 심는 건 제가 심었을지 몰라도, 그 식물들이 크고 자라는 것은 다 자신들의 몫이잖아요. 삶에 대한 집착이던 자식에 대한 집착이던 정원을 보고 있으면 많이 내려놓게 됐습니다. 정원을 보면서 ‘내 맘대로 안 되는 것이 있다’라는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지요.” 속초에서 새롭게 시작된 오경아 대표의 인생 2막. 어쩌면 은퇴의 다른 말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아닐까. 늘 꿈꾸던 이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면 일단 한발 앞으로 내디뎌 보자. 두려움을 뒤로하고 조금 가볍게 시작한다면 풍성한 삶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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