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미타스 레스토랑 김봉균 대표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물건보다는 손때가 묻은 오래된 물건이 좋아진다. 김봉균 <데미타스> 레스토랑 대표는 추억이 깃든 빈티지 그릇을 하나둘씩 모으며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
글. 김민주     사진. 이정수
고즈넉한 부암동, 따뜻한 밥집 <데미타스>
전통 한옥과 현대식 건물의 조화가 돋보이는 공간, 부암동은 모던함과 예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한 서울의 보물 같은 장소 중 하나이다. 본래 부암동은 화가, 문인, 교수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예술가들이 느릿느릿 살아가던 동네였으나 요즘에는 감각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생기면서 관광객을 비롯해 많은 이가 찾고 있다. 이처럼 고즈넉한 매력을 풍기는 부암동에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밥집이 있다. 바로 김봉균 대표가 운영하는 가정식전문점 <데미타스> 레스토랑이다. 어둡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면 다락방 같은 좁은 공간에 깔끔한 오픈 키친, 테이블 서너 개, 감각적인 빈티지 그릇이 눈에 띄는데, 김봉균 대표의 감각과 부암동 특유의 감성을 살려 멋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데미타스는 원래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저희 누나가 작업실로 쓰던 공간이었어요. 그런데 부암동 골목을 지나다니시는 몇몇 분들이 작업실을 카페로 착각하고 오시는 경우가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작업실로 쓰던 공간을 카페로 바꾸게 되었고, 인테리어 현장일 때문에 바쁜 누나를 대신해 제가 이곳을 지키게 되었어요. 그렇게 카페로 점점 이름이 알려지다가 이제는 오시는 손님들이 밥도 팔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식사 메뉴를 한두 개씩 팔게 되었고 현재는 밥집으로만 운영하고 있답니다. 한 14년 정도 영업을 하게 되었는데 저도 제가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 몰랐네요.”
수집생활에도 기준이 필요해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손님들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김봉균 대표가 모은 빈티지 그릇이 진열돼 있다. ‘데미타스’는 프랑스어로 ‘블랙 커피용 작은 컵’을 뜻하는데, 식당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김봉균 대표는 빈티지 그릇 중 데미타스를 가장 아낀다고 한다. 팔에 있는 화려한(?) 문신과 츤데레 말투와는 달리 작고 아기자기한 그릇에 누구보다도 진심인 김봉균 대표. 그렇게 빈티지 그릇을 조금씩 모으다가 현재는 100종 이상의 그릇을 가지고 있다.
“빈티지 그릇을 모으게 된 건 누나의 영향이 컸어요. 누나가 무언가에 꽂히면 엄청 사들이는 스타일인데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빈티지 그릇을 계속 구해오더라고요. 실제로 해외에서 계속 빈티지 그릇이 배송 오고 그게 쌓이고 쌓이다가 <데미타스>가 작업실이던 시절에 여기서 그릇을 판매하기도 했어요. 지금도 똑같은 제품을 여러 개 가지고 있으면 판매하기도 한답니다.”
빈티지 그릇을 사랑하는 김봉균 대표이지만 이것도 엄연히 취미생활이기에 그가 정해놓은 나름의 규칙이 있다. 아무리 좋아하고 애타게 찾던 그릇이라도 일정 금액 이상 훌쩍 넘어가면 구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업이 아닌 취미생활이기 때문에 꼭 비싼 돈을 주고 사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만약 사지 못한다면 ‘아, 나랑은 인연이 아닌가 보구나’라고 생각하고 단념한다고.
“빈티지 그릇을 참 좋아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이잖아요. 그래서 ‘아무리 비싸더라도 무조건 사야 해!’라는 마음은 없어요. 그냥 제가 생각한 가격 그 이상이면 ‘언젠간 다시 만나겠지’라는 마음으로 쿨하게 넘어가요. 그러다 보면 또 운이 좋게 예전에 사진 못했던 그릇을 다시 만나게 되더라고요. 제가 가장 아끼는 이 아라비아핀란드 코랄리 컵도 비싸서 구매를 못했었는데 어떤 판매자분이 제가 가지고 있는 제품과 교환하자고 하시더라고요. 마침 두 개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교환해서 얻게 됐죠.(웃음)”
작은 성취감에서 얻는 삶의 활력
‘빈티지 그릇을 모으는 사람 중에는 악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던 김봉균 대표도 직거래를 하다가 두 번이나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다. 또 해외 현지인에게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서로 의사소통이 안 돼서 구매하겠다고 한지 세 달이 지났는데도 물건을 못 받아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이 펼쳐짐에도 불구하고 끊을 수 없는 게 빈티지 그릇의 매력이라고 웃어 보이는 김봉균 대표.
“빈티지 그릇은 좋은 말로 포장하면 ‘빈티지’이지만 사실 중고이고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갔던 물건이잖아요. 오히려 전 그런 점이 빈티지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릇 하나하나에 그 사람의 추억과 히스토리가 담겨 있으니까요. 새것에서 찾을 수 없는 매력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김봉균 대표는 수집생활에서 얻은 성취감이 그가 오랜 기간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기쁠 때도 사 모으고 슬플 때도 사 모으다 보니 생업에 대한 스트레스는 저절로 해소되고 삶의 활력까지 찾게 되는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빈티지 그릇을 수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구하지 못한 제품이 많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는 김봉균 대표. 어쩌면 우리의 삶도 모든 걸 다 가졌을 때 행복하기보단, 갖지 못한 것을 하나씩 이뤄 나갈 때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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