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책방 세렌디피티78 김영화 대표

일상에 지치고 무기력 해질 때, 우리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줄 ‘케렌시아(스트레스와 피로를 풀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를 찾는다. 책방 ‘세런디피티78’의 대표 김영화 씨는 여주 시민에게 회복의 쉼과 따스한 온정을 전하고 있다. 글. 김민주 사진. 이정수
감성을 채워주는 숲속 책방
숲속 오솔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동화 속에서 튀어 나올듯한 아름다운 집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의 이름은 세런디피티78, 사서로 근무하던 김영화 대표가 은퇴 후 고구마 농사를 짓던 밭을 개조해서 연 책방이다. 올해로 4년 차가 된 세런디피티78은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는 공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서모임, 강연, 음악회, 프리마켓, 주말농장을 열며 여주 시민의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급속하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도 인간 본연의 감성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해요. 바쁜 삶 속에서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가끔은 멍도 때리고 삶의 쉼표를 찍는 순간이 분명 필요하거든요. 여주 시민들이 세런디피티78에서 함께 어울리고 같이 늙어가면서, 문화를 매개로 풍성하게 삶을 가꾸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또 이곳에 와서 휴식을 취하다가 우연히 끌리는 책을 보다 보면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 것 아니겠어요?(웃음)” ‘우연한 행운’을 의미하는 세런디피티의 뜻처럼, 손님들이 숲속에 똑떨어져 있는 이곳에 와서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맞이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김영화 대표. 또 그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에서 이세돌이 놓은 결정적인 한 수가 78번째로 놓은 바둑돌이었던 것처럼 세런디피티78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닝포인트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책과 함께 펼쳐나간 꿈
학교 사서로 10여 년 동안 일했던 김영화 대표는 대출·대납, 책 목록 만들기, 독서 프로그램 구성 등 다양한 일을 해왔다. 하지만 학교라는 곳이 조직 사회이다 보니 김영화 대표가 꿈을 펼치기엔 제약이 많고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그는 일생을 바치며 일했던 직장을 떠나 공백기를 갖게 되는데, 그때 책방 창업을 구상했다고 한다. “사서를 그만두고 1년 동안 일을 쉬었는데 몸이 근질근질하더라고요. 또 주위 사람들은 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저는 집에만 있다 보니 외롭기도 했고요. 평소 책을 좋아하고 사서로 일한 경력도 있기 때문에 책방을 열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공간에서만큼은 제 꿈을 마음껏 펼치고 싶었고요. 결국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고, 집까지 팔면서 마련한 책방이 세런디피티78이에요. 남들이 봤을 땐 참 무모하게 느껴졌을지 몰라도 저에겐 후회 없는 선택이었고, 책방을 준비하면서 응원해 준 남편에게도 참 고마워요.”
은퇴 후 꿈꾸는 조화로운 삶
세런디피티78에 내부에 들어가면 <조화로운 삶>의 저자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 부부의 사진이 걸어진 현수막이 눈에 띈다. <조화로운 삶>은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 부부가 뉴욕을 떠나 버몬트 시골에서 집을 짓고, 곡식을 가꾸고, 이웃과 함께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의 삶에 큰 영감을 받은 김영화 대표는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은퇴를 앞둔 많은 분들께도 이 책을 추천했다. “조화로운 삶을 지금 시대에서 해석하면 ‘워라밸’인 것 같아요.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 부부는 하루 4시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숲속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살아가고 있거든요. 또 단풍나무시럽을 만들어서 동네 사람들한테 나눠주기도 하고요. 은퇴를 앞둔 많은 분들이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 부부처럼 비교하는 삶,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삶에서 벗어나 작은 것에 큰 기쁨을 누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은퇴 후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소소한 성취감을 느끼는 김영화 대표. 그는 책 출간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으며, 최근에는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모집한 ‘히든작가 공모전’에 당선되기도 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것을 남기고 싶어 하잖아요. 50대 후반부터 글쓰기를 시작했으니 지금부터 꾸준히 글을 쓰면 60대의 내 모습은 얼마나 다듬어질까 기대가 돼요.”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일을 도전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젊은 시절,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생계를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면 이젠 내 꿈을 위해, 나 자신을 위해 새롭게 도전해보자. 아직 오지 않은 당신의 전성기를 위해, 지금이 바로 용기를 내야 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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