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토이테일즈 김갑연 대표

글. 김민주   사진. 이정수
누구에게나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물건 하나씩은 존재한다. 손때 묻고 낡고 해져있더라도 그 추억마저 버릴 수 없는 것, 토이테일즈 김갑연 대표는 아픈 인형을 치료하며 그 시절 우리의 추억을 지켜주고 있다.
아픈 내 친구, 인형 병원에 맡길게요
어릴 적, 퇴근하고 돌아오는 아버지 손에는 늘 인형이 한가득 있었다. 당시 인형뽑기 기계가 유행이었는데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던 아버지에게 인형뽑기는 스트레스 해소법이자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아버지가 하나둘씩 뽑아오던 인형은 어느덧 방 한 공간을 가득 채우게 됐는데, 외동딸인 내게 이 인형들은 늘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생이자 친구와 같았다.
이처럼 어린 시절 인형을 가지고 놀아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추억, 그 추억이 담긴 애착인형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토이테일즈 김갑연 대표다. 토이테일즈는 김 대표가 2000년 창업한 피피씨월드의 온라인 쇼핑몰이며, 6년 전부터는 아픈 인형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인형병원’을 열었다.
“피피씨월드는 무역회사이고 봉제완구 제품을 여러 국가에 수출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내수시장에 뛰어들게 된 건 6년 전부터예요. 당시 주문받아 인형을 제작하고 직접 디자인한 인형을 팔았고, 또 인형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솜이 뭉치고 변형이 생기기도 해서 수선 서비스도 같이 진행하게 됐어요. 그러다 다른 회사 제품까지 수선 문의가 들어오더라고요. 본격적으로 인형 애프터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죠.”
인형병원도 일반 병원과 똑같은 시스템으로 진행이 된다. 보호자가 수술할 인형을 가져오면 입원 확인서를 작성하고, 김갑연 대표는 아픈 인형에게 어떤 치료가 적합할지 면밀히 살핀다. 그리고 치료실에 있는 20년 이상의 베테랑 전문가 4명이 인형 환자의 치료에 매달린다. 환자 상태에 따라 성형외과, 정형외과, 안과, 피부과 등 다양한 치료를 받게 되며, 짧게는 당일 퇴원, 치료가 길어질 경우엔 일주일 이상도 걸린다. 실제로 한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인형 병원이 소개되자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낡은 인형 들고 와 치료해달라는 보호자들이 부지기수로 늘고 있다고 한다.
생명이 있는 아이처럼, 누구보다 신중하게
김갑연 대표는 보호자들에게 인형이란 생명이 있는 존재와 같다고 말한다. 특히 대부분의 보호자 연령이 20 ~ 30대인데 핵가족에서 맞벌이 부부 밑에서 자란 세대인 만큼 이들에게 인형은 부모를 대신한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이기 때문이다. 김갑연 대표는 이처럼 애착을 준 인형이 없으면 불안하고 있으면 든든한 것이 어쩌면 당연한 심리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이곳 인형병원에서만큼은 언어 사용도 수선이 아닌 ‘치료’라고 이야기 하고 인형은 전부 ‘아이’라고 부른다. 인형 치료를 맡기는 보호자들은 자신의 인형을 사람과 똑같이 대하기 때문에 호칭에 있어서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실제로 일부 보호자들은 소중한 아이가 분실될까 봐 두려워 택배로 맡기기보단 먼 길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병원으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인형병원을 필요로 하더라고요. 물론 사업이라는 게 수익성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전 그보다 중요한 것이 사명감이라고 생각해요. 이 일을 하면서 지금까지 상담을 꽤 많이 했는데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인형을 치료해 주는 것이 마음을 치유해 주는 것과 같다는 것이었어요. 사실 오늘도 인형을 맡기신 보호자 분이 입원시키면서 펑펑 울고 갔어요. 전 울지 말라고 달래고요.(웃음) 그런 것처럼 인형을 치료해 주고 보호자분들의 마음이 편할 수 있다면 전 그보다 더 값진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세계 각국의 인형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꿈
물론 인형병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존재한다. 사실 인형을 치료하는 일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고, 또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진행되어서 비용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보통 샘플로 인형 제작을 의뢰하면 58만원, 또 치료 과정이 복잡할 경우 70만원까지도 육박한다. 이렇다 보니 아직까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구입하는 인형 가격만 생각해 손님들을 이해시키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다고.
“인형을 만들어보지 않고 시중에서 살 때의 가격만 생각해 비싸다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인형 하나를 새로 만들 때 그 과정과 노고 등을 잘 모르시기도 하고 아직까지 이러한 인식이 정착되어 있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어려움은 고객의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거기서 생기는 소통의 오류도 있어요. 객관적인 관점에서 치료를 해도 보호자분이 주관적으로 기억하는 모습과 새로 치료된 모습이 다르다고 느끼실 때가 있으시거든요. 최대한으로 치료를 다 해드리고 맞춰드리고 있지만 그런 애로사항이 있을 땐 좀 속상하기도 해요.”
인형병원을 연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맡고 있는 김갑연 대표. 이제 최종 목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인형 환자도 치료할 수 있는 글로벌한 인형병원을 지어 전 세계 모든 인형을 치료해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형 치료 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글로벌하게 시스템을 잘 구축해 놓으면 세계 곳곳의 많은 인형들이 우리 인형 병원을 찾지 않을까요?(웃음)”
늘 웃고 있는 인형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동심 속에서 살고 있다며 웃어 보이는 김갑연 대표. 그의 동안의 비결은 다름 아닌 언제나 곁을 지켜주는 인형 친구들이 아닐까. 아픈 인형을 치료하는 김갑연 대표를 보며 어린 시절 단짝 친구가 되어주던 인형들 생각에 괜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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