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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핵심은 ‘나’다 행복한 노후를 위한 인간관계

퇴직한 후에도 ‘백수 과로사 한다’고 할 정도로 바쁜 사람들이 있다. 문어발식 관계 유지를 위해 지나치게 에너지를 소모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을 만나도 정작 마음 나눌 진정한 친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은퇴 후 충만한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글. 안경숙(국민연금공단 지사장)
옛 기억을 마주하는 시간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은 조직에 소속되어 있으니 좋건 싫건 참석해야하는 모임이 있고 체면상 챙겨야 하는 경조사도 많다. 그러나 은퇴 후까지 그런 관계를 지속할 필요는 없다. 퇴직 이후에는 예의상 참석하는 관혼상제에서 은퇴를 선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처음에는 외롭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겉치레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소비하는 것보다는 낫다. 차라리 혼자 있을 수 있는 ‘고독력’을 키우는 게 어떨까?
회사 동료와 관계를 유지한다
외부 활동을 활발히 해야 에너지가 솟는 유형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퇴직 후 집에 있으면 의기소침해지고 도무지 사는 재미가 없다. 평생을 바쳐 하던 일을 그만두니 존재감이 떨어져 사는 보람이 없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럴 경우 사내에서 맺었던 관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동료야말로 노년 인생의 귀한 동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퇴직한 K씨는 사내 그림 동호회에서 함께 활동한 동료들과 퇴직 후에도 꾸준하게 만난다. 함께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도 열며 즐거운 은퇴생활을 하고 있다.
어릴 적 친구들과 소소한 모임을 갖는다
반면에 퇴직 후 조용히 생활하는 것이 더 성향에 맞는 사람도 있다. 조용하게 보낸다고 해서 혼자 고독하게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친구와 이웃,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보라. 젊은 시절 바빠서 자주 보지 못했던 옛 친구들과 자유롭게 만날 여유도 생긴다. 학창시절의 희로애락을 함께 한 친구들은 추억만 나누어도 즐겁다. 사회생활에서 얻은 부나 지위를 떠나 그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면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새로운 사람을 만나라
은퇴는 직장을 떠나 지역사회 일원이 되는 시기이다. 자신이 잘 하는 일로 봉사도 하고 같은 취미나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도 맺을 수 있다. 이웃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열린 태도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마음의 울타리를 낮추고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아파트 경비, 부동산중개소, 슈퍼, 북카페, 치과병원, 헬스센터 등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부터 인사를 나누고 가벼운 대화를 터 나간다.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듣거나 동호회에 가입해서 활동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복지관에 자원봉사를 신청하거나 동네 도서관 독서클럽에 가입하여 함께 책 읽고 토론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좋다.
가족과의 시간도 중요하다
가정으로 눈을 돌려 직장 생활 동안 지원해준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자. 집을 내가 편히 쉬는 공간이라고만 생각하면 상대의 기분을 무시하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기 쉽다. 직장중심에서 가족중심으로 일상을 바꿀 때는 배우자와 자식들이 구축해놓은 영역에 신입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새로운 룰을 배우고 가사의 분담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직장에서 업무분장을 하듯 집안일을 나누고, 가족이 나의 최고의 VIP고객이라고 생각하고 대응한다면 성공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는 상대방의 자유를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는 파트너십을 가진다. 부부가 늘 함께 붙어 다니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같은 취미를 즐길 수도 있지만 ‘따로 또 같이’라는 말처럼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을 즐기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방법도 좋다. 서로 신경 쓰이는 불편함을 줄이고 더 넓은 영역의 대인관계를 맺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장한 자녀들은 인격을 인정하고 생각을 존중해주면 충분하다. 젊은 직원들에게 ‘부모님이 퇴직 후 집에 돌아왔을 때 하지 말았으면 하는 행동이 무엇인가?’ 물어보았다. 이들이 주문한 주의사항은 두 가지였다. 말끝마다 ‘나 때는 말이야~’라고 시대에 맞지 않는 충고를 하거나, 사사건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잔소리 하지 말라고 한다. 자녀들이 비록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더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도록 지켜봐 주고, 도움을 요청할 때만 말없이 지원해주면 된다.
사색을 통한 지혜로 오롯이 나를 만난다
일본의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소노 아야코는 ‘만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의 인생이 풍요로웠는지를 따지는 척도는 그가 이 세상에서 얼마나 다양한 만남을 가졌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만남은 사람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자연과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일들을 비롯해 추상적인 영혼 또는 정신이나 사상적인 만남도 포함됩니다.” 은퇴기는 육체가 쇠퇴하고 정신적으로는 인생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흔히들 ‘관계’라고 하면 사람과의 만남만을 생각한다. 은퇴로 인해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어들었을 때 새로운 만남에 연연하지 말고 여행을 하면서 자연을 접하거나 독서나 사색을 통하여 동서고금을 거쳐 담금질된 지혜를 만나자. 그리하여 마침내 생의 종착점에 이르렀을 때 삶의 의미를 음미하며 자신과 오롯이 독대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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