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여행

‘합덕성당’에서 만난 천사와 인간의 로맨스 <단 하나의 사랑>

천사와 인간이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니콜라스케이지와 맥라이언 주연의 <시티오브엔젤>에서는 천사와 인간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이루어질 수 없기에 더 애틋했던 그 아름다운 이야기가, 한국 드라마에도 있다. 바로 신혜선과 김명수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이다. 당진 합덕성당에서 그들의 꿈결 같은 이야기를 만났다.
글. 김효정 사진. 문정일
신은 간절한 기도를 들어 준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어디를 봐도 초록이 넘실댄다. 그냥 바라만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봄날에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면 어떨까. 그런데 그 상대가 인간이 아닌, 매우 잘생기고 당신을 지켜줄 힘까지 가진 천사라면.
발레리나였던 신혜선(이연서 분)은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되고 다시 무대에 설 수 없게 된다. 부모님이 죽고 상속녀가 된 연서 곁에는 온갖 사기꾼들이 득실댄다. 세상에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는 연서에겐 사랑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 그녀에게 나타난 천사 김명수(김단 분).
김단은 지상에서의 미션을 모두 끝내고 하늘로 돌아가기 직전에 사고를 치게 된다. 소멸 위기에 놓인 그에게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다. 그것은 바로 한 사람의 큐피트가 되어 주는 것이다. 그 대상자가 바로 이연서인데, 사랑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냉혈한이다.
그런데 연서의 곁에 맴돌던 그녀는 연서의 따뜻하고 여린 모습을 알게 되고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연서 역시 눈은 멀었지만, 천사 김단을 느낄 수 있었고 김단을 개인 비서로 두게 된다. 자신을 아끼는 김단의 마음을 알게 된 연서도 그를 사랑하게 된다.
드라마에서는 당진의 ‘합덕성당’이 촬영지로 나온다. 며칠 째 김단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연서는 김단의 환각까지 보게 된다. “거짓말. 인간은 참 이상해 왜 거짓말을 하지.”
그렇게 본인의 말만 하고 사라져버리는 김단. 그녀는 김단을 찾기 위해 그의 이력서에 있는 주소로 김단을 찾아 간다. 그곳이 바로 합덕성당이다.
주임신부를 만난 그녀는 김단에 대해서 묻는다.
“저희 집에서 일했던 직원인데, 서류상 주소가 여기가 되어 있더라고요. 어떻게 성당이 주소일 수가 있어요?”
“왜 안 되나요. 처음부터 여기서 낳고 지냈는걸요.”
“아버지가 있다고 했어요. 쫓겨났다고.”
“여기서 아버지가 누군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어떻게 이러지 어떻게 이래요 하나도 모르잖아. 어디서 태어났는지. 부모님은 누군지. 어떻게 자랐는지. 어렸을 때 꿈은 뭐였는지.”
”찾지 마세요. 때가 된 것일 뿐입니다. 시작도 끝도 사람은 알 수가 없죠. 지나고 나야 인연이 다 되었다는 것을. 그것이 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인간과 천사의 사랑은 결국 이뤄질 수 있었을까?신이 당신의 기도를 들어주려면, 정말 간절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원하는 것을 얻고 싶으면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연서와 단이 서로를 위해서 목숨을 포기한 것처럼.
<사진출처: KBS 드라마>
<사진출처: KBS 드라마>
<사진출처: KBS 드라마>
<사진출처: KBS 드라마>
<사진출처: KBS 드라마>
<사진출처: KBS 드라마>
조용하고 따뜻한 공간, 봄날의 ‘합덕성당’
당진 합덕읍에 자리 잡고 있는 합덕성당. 1929년에 지어진 천주교 성당으로 고딕양식의 건축이 돋보인다. 합덕리의 대부분 주민이 천주교 신자다. 19세기 이후 한 때 이 지역의 천주교도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1886년 한불수호통상조약으로 조선에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예산 내포 지역에 신자들이 되돌아 왔다. 급속한 교세 확장으로 임시 조선 교구장 코스트 신부는 1890년 양촌 성당에 퀴를리 신부를 파견해 서산, 예산, 당진, 부여 등 12개 지역을 관할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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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의 첫 성당인 합덕성당은 붉은 벽돌과 목재를 이용해 지었고, 두 개의 종탑이 존재한다. 성당에 들어가려면 우선 신발을 벗어야 한다. 성당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둥근 아치형 천장이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게 해준다. 성당 방명록 왼편으로는 푸릇한 성지가지(성스러운 나뭇가지) 여러개 놓여있다. 성당의 규모는 그렇게 큰 편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더 정겨운 느낌이다. 의자에 앉아 <단 하나의 사랑> 한 장면을 떠올려 본다.
성당 뒤편으로는 뛰어 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가슴이 확 트이는 공터는 방문객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쉬었다 가기에도 안성맞춤. 한참 잠이 쏟아지는 고양이처럼 슬금슬금 성당 주변을 맴돌다 좋은 공기를 온 몸으로 흡입한다. 볕이 좋은 봄날이라 그런지, 성당 주변을 거니는데 멋진 산책길을 걷는 느낌이다. 성당 정면으로 펼쳐진 계단은 이국적이고 오르는 내내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예감에 살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소나무로 이루어진 산, ‘솔뫼성지’
합덕성당을 관람한 이후에는 솔뫼성지를 찾는 것도 의미가 있다. 솔뫼성지는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솔뫼의 ‘솔’은 소나무를 뜻하고 ‘뫼’는 산을 뜻한다. 풀어보면 소나무가 있는 산이라는 우리말이다. 이름답게 솔뫼성지에는 소나무가 가득하다. 이 중에 300년 이상 된 소나무도 찾아 볼 수 있다.
솔뫼성지 입구에는 요한복음의 한 구절이 적혀 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그리고 입구의 문 세 개는 각각 높이가 다르다. 그래서 문 위쪽에 세워진 십자가의 높이도 차이가 있다. 이것은 성 삼위일체(성부(聖父), 성자(聖子), 성령(聖靈)은 삼위(三位, 세 위격)로 존재하지만 동일한 본질을 공유하는 한 하나님)를 의미하는 문이다.
‘한국의 베들레헴’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증조부 김진후(1814년 순교), 종조부 김종한(1816년 순교), 부친 김제준(1839년 순교), 그리고 김대건 신부(1846년 순교) 등 4대의 순교자가 살았다. 소나무 숲 옆에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상이 세워져 있는데, 1946년 김대건 신부의 순교 100주년을 맞은 것을 기념하는 비이다.
함께 가면 좋을 당진 여행지
당진 아미미술관
 
충남 당진시 순성면 남부로 753-4 / 041-353-1555
아미미술관은 3,000평의 부지에 농촌의 폐교를 재활용한 공간이다. 낡은 폐교에는 초록의 담쟁이 넝쿨이 멋스럽게 뒤덮여 멋진 자태를 뽐내고, 커다란 벚꽃나무가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면 복도에 매달아 놓은 핑크색 깃털이 햇살을 맞으며 춤을 추고, 교실 안으로는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창문 옆으로 무심하게 놓인 흔들의자와 아주 오래된 학교 의자에 앉아본다. 잊고 지냈던 동심으로 돌아가는 시간, 책상에 선을 그어 놓고 넘어오면 벌을 주겠다는 짝꿍의 얼굴이 아른거리며 옛 추억이 떠오른다.
이곳에서는 사람도 예술작품 그 자체다. 어느 공간에 자리하더라도 아미미술관만의 독특한 분위기에 압도돼 사진기를 들게 된다. 미술관 앞쪽으로는 1,500평에 달하는 잔디 운동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어 가족단위의 방문객에게 인기가 좋다. 미술관 뒷산에는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산책길이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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