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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

TV에서 방영해주는 ‘추억의 명화’ 중에 몇 번을 다시 봐도 지겹지 않은 영화가 있다.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로마의 휴일>이다. 뻔히 알고 있는 스토리지만 볼 때마다 공주 역할의 여주인공 오드리 헵번의 새로운 매력에 빠져든다. 반짝이는 눈동자, 순진하게 깜짝 놀라는 모습, 티 없이 맑은 웃음, 잘록한 허리... 젊은 그녀의 외모는 어느 하나 눈길을 사로잡지 않는 것이 없다.
말년의 오드리 헵번은 후진국으로 건너가 빈곤한 이웃들을 구제하는 자선의 삶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았다. 뼈만 남은 아프리카 아이를 안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세월의 흔적을 피할 수 없이 주름이 가득했지만 젊은 시절 눈부시게 빛나던 모습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글. 안경숙(국민연금공단 지사장)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신체는 조금씩 기능이 떨어진다. 젊은 시절 뽐내던 싱그러운 외모도 흰머리와 주름투성이 얼굴로 변한다. 우리는 점점 더 오래 살게 되었고 그럴수록 더욱 길어진 노년의 날들을 보내게 되었다. 당연한 말인데도 누가 ‘나이 들어 보인다’고 한마디 하면 풀이 죽고 갑자기 자신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열심히 피부를 가꾸고 젊어 보이기 위해 유행하는 패션을 쫓아간다. 젊은이들이 하는 취미도 무리해서 배워본다. 그러나 늙음은 막을 수가 없고 시간이 갈수록 자존감만 떨어질 뿐이다. ‘9988’이라고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고 구호를 외치지만 나이가 들면서 노화현상은 계속 진행된다. 매일매일 늙음을 한탄하며 남은여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점점 노화되어 가는 신체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지혜로우면서도 아름답게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
1. 나이에 맞게 신체 상태를 인정하고 몸을 가꿔라
몸의 기능이 떨어졌는데도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기력이 왕성하던 때의 활동을 유지하려고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노년기에 자신의 신체능력보다 의욕이 앞섰을 때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하기 쉽다. 노년의 몸은 노화되는 상태에 맞는 속도로 보행을 하며 절전모드 상태처럼 에너지를 유지해두어야 한다. 점점 굽어가는 척추를 곧게 해 바른 자세로 생활하며 오래도록 자립 보행할 수 있도록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
한근태 작가는 『고수의 몸이야기』에서 “젊어서는 식스팩과 같은 멋진 몸을 갖는 것이 목표일 수 있지만 나이 들어서는 몸의 자유와 독립이 운동의 목적이어야 한다.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혼자 힘으로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원하는 것을 하며 자유롭게 살다 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는 근육운동을 열심히 해 반듯한 자세를 갖고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권리이다”라고 말했다.
과도한 영양 섭취로 체중이 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립을 위한 버팀목인 관절을 해치는 주범이 비만이기 때문이다. 나이 든다는 것의 상징인 흰머리와 탈모, 주름진 피부를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염색과 눈 화장도 눈의 피로를 가져오면 그만두어야 한다. 시력과 청력은 노화의 과정에서 행복유지를 위한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잘 보호해야 한다.
2. 호기심으로 새로운 문물을 익힐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나이가 들었다고 호기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것이 나타났을 때 노인의 심리는 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실패했을 때의 두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아예 시도해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기억을 되살리고 새로운 자극을 주었을 때 노화되지 않는다. 노인의 지혜는 일찍이 보지 못했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을 활용하는데 필요한 것이다. 디지털시대에 IT에 용기내 접근한다면 뇌 건강관리 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과의 소통도 쉽게 이루어질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3. 유연하게 사고하고 옹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출처 : Instagram : @minarimovie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에게 젊은이들과 잘 어울리며 사랑받는 비결을 묻자 “우리는 먹고 사는데 급급해서 촌스러운 게 있잖아. 그런데 젊은 애들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 막 신통하고 장하고 그래요. 내가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걸 잘 알아서 노력을 해요. 애들처럼 똑같이 욕심 안 내고, 밥값은 내가 내고”라고 대답했다. 연기를 할 때는 누구보다 치열하고 까다로우며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그녀지만 젊은이들과 함께할 때의 유연한 사고를 엿볼 수 있다.
4. 유머로 스트레스를 없애고 웃는 얼굴로 사람들과 어울린다
오드리 헵번의 웃는 얼굴을 떠올려보라. 상상만으로도 몸 안의 스트레스가 싹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살아온 세월이 길고 경험이 많을수록 웃을 일이 줄어든다. 중년 이후의 남자들 중에는 매사에 진지하게 살아온 습관이 몸에 베어 입 꼬리 한 번 올리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많다. 이때 필요한 것이 유머다. 타고난 유머 감각이 없으면 ‘오늘의 유머’에서 채집을 해서라도 시도해봄직하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그 어색함조차도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5. 청결한 몸과 친절한 매너를 지닌다
지하철에서 후줄근한 옷차림으로 허리를 구부리고 앉은 노인 곁에는 젊은이들이 가지 않는다. ‘노인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싫어서’라고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후각은 쇠퇴하는데 노인에게는 씻는 것 자체가 체력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노동으로 변한다. 늘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매너 있는 태도가 몸에 배도록 노력해서 주위에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영화 ‘인턴’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맡은 주인공 ‘벤’은 매일 출근할 때 깔끔한 정장에 넥타이를 단정하게 매고 사무실에 나타난다. 시니어로서 친절한 매너를 보임으로써 함께 일하는 젊은 친구들의 신뢰와 호감을 얻게 된다.
노인의 얼굴은 주름지고 머리는 백발이 되지만 주름진 뇌에 축적된 평생의 경험으로 노화의 과정을 지혜롭게 맞이하면 좋겠다. 오드리 헵번이 죽기 전에 자식들에게 들려주었다는 시의 일부분을 읽어보자. 외모의 아름다움도 젊은 시절의 기준과 달라질 수 있음을 우리는 아프리카의 아이들과 웃는 그녀의 얼굴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아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다면 결코, 당신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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