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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화 : 미술평론가 박영택 교수

어린 시절, 좋아하는 물건을 모아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물건을 수집하는 즐거움 그리고 모은 것을 늘려가는 기쁨은 우리 마음속에 내재된 본능적인 욕구일지도 모른다. 미술평론가 박영택 교수는 팔도를 누비며 고미술품 수집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글. 김민주   사진. 고석운
가야시대 토기 잔, 운명처럼 다가오다
경기대학교 예술대학 건물 2층에는 박영택 교수의 연구실이 있다. 복도부터 연구실 입구까지 각기 다른 크기와 형태의 옹기들이 한 데 모여 있어 한 눈에 봐도 그의 연구실이 이곳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연구실을 둘러싸고 있는 수만 권의 책이 한눈에 들어와 가히 경이로울 지경이다. 연구실은 박영택 교수가 수업을 준비하고 20여권의 책을 집필하며 수집품을 보관하기도 하는 소중한 아지트다.
박영택 교수는 평소 작고 아름다운 것을 보면 절대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런 그가 고미술품을 수집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느 작가의 작업실 방문하고 나서부터다.
“지인의 작업실에서 1500년 전 가야시대 토기 잔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도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해서 문구류도 수집을 해왔었는데, 토기잔을 수집하는 것도 색다르지만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오래된 물건을 수집하려면 돈이 많이 들 것 같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토기잔은 1개에 20~30만 원 정도이더라고요. 보통 수집품이 비싸다 보면 선뜻 모으기가 어려운데 토기 잔은 고가의 백자나 청자보다는 훨씬 저렴한 편이라 구입하는 데 부담이 없었습니다. 또 크기도 자그마해서 소장에 큰 무리가 없기도 하고요.”
정교하면서도 투박한 토기잔의 매력
토기 잔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영택 교수는 주저하지 않고 조형적으로 완벽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특히 손잡이 달린 작은 잔은 삼국시대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는데 가야 시대의 것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오늘날 컵과 비슷한 평범한 디자인이지만, 오히려 투박하고 단순한 느낌이 더욱 마음에 든다고 덧붙였다. “가야 토기 중에서도 손잡이가 달린 잔만 모으고 있어요. 손잡이가 있는 디자인은 중국·일본에도 없는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디자인이기 때문이죠. 또 토기잔을 보면 비슷한 색감이지만 저마다 모양이 다채롭거든요. 새를 붙이고, 양손잡이를 부치고, 원을 돌리고, 수문을 그리고, 소박한 디자인 안에서의 섬세한 디테일이 돋보이죠.”
박영택 교수가 모으는 토기 잔은 전부 무덤에서 나오는 것이다. 토기 잔이 1000년이 지나도 좋은 상태로 보존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덤의 형태 때문이다. 그 특정한 시기 가야, 신라의 무덤 양식을 석실분이라 불렀다. 석실분은 돌로 널을 안치하는 방을 만들고 그 위에 흙을 쌓아 올려 봉토를 만든 무덤을 의미한다.
그는 토기 잔 뿐만 아니라 ‘직선무늬 떡살’도 모으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꽃무늬 떡살과는 달리 직선으로만 죽죽 그어져 있어 단순함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 외에도 간간이 취향과 안목에 따라 민속품, 옹기, 서화 등 동시대현대미술품 작품을 구입하고 있다.
고미술품 수집, 취향과 안목 꾸준히 길러야
박영택 교수는 고미술품을 수집하면서 이에 대한 기록을 엮어 책으로도 출간하고 있다. ≪수집 미학≫에 이어 골동품 60점을 추린 ≪앤티크 수집 미학≫까지, 많은 이들과 수집품의 미학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일 역시 수집 생활의 또 다른 묘미 일 테다. 또한, 박영택 교수는 고미술품 수집에 관심이 보이는 사람들에게 안목을 기르는 법을 설명했다.
“사실 미술평론가와 같은 전문가와 함께 박물관을 다니고 설명을 듣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가장 좋은 방법은 국립중앙박물관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조형적·미술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을 계속 보는 훈련을 갖는 것이에요. 또 좋은 물건과 화집·도록 등을 집중적으로 눈에 익혀서 머릿속에 각인시키다 보면 자신만의 안목을 만들어갈 수 있어요.”
더 나아가 수집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많은 것을 수집하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조형적으로 완성도 높은 물건이라면 개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수 십 개를 모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정말 뛰어난 10개를 모으는 것이죠. 내가 가진 것 중 베스트를 추리는 안목을 꾸준히 길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신의 수준에 맞게 그러면서도 가치 있는 아이템을 모으는 것이 진정한 수집의 묘미라고 강조한 박영택 교수. 그는 ≪앤티크 수집 미학≫이라는 책을 통해 고미술품 수집은 “오랜 세월 살아남아 내게 온 것들에 귀 기울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영택 교수는 자신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고미술품을 통해 잊혀져버린 망각의 세월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인터뷰는 총12편의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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