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취미

시간이 지날수록 돋보이는 본연의 매력, 가죽공예

복잡하고 고단한 일상을 뒤로하고 오랜 시간 가죽을 만지고 바느질을 하다 보면 심신에 위안을 얻곤 한다.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든 나만의 가죽 아이템은 어느 명품 제품 부럽지 않다. 올가을이 지나기 전, 세월을 함께 공유할 나만의 가죽 제품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글. 김민주   사진. 고석운   장소. 젠트호프16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죽 제품
연남동 골목 한가운데 있는 젠트호프16은 가죽 제품을 제작하는 전문 공방이다. 밖에서 언뜻 보이는 것과는 달리 공방 안에 들어서면 널찍한 공간에 다양한 가죽 제품과 작업실이 눈에 들어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이곳 공방의 제품은 중성적인 디자인이 특징인데, 아무래도 가죽 제품은 성별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 않아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기에도 제격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자극하는 가죽냄새는 낯선 공간 안에서 익숙함을 전달해 준다. 사실 우리가 구매하는 대부분의 가죽 제품은 ‘크롬’이라는 성분으로 가죽 원단을 가공해서 특유의 화학냄새가 나는데, 젠트호프16에서는 이탈리아 고급 베지터블 소가죽만을 취급해 역하지 않은 좋은 가죽냄새가 난다.
베지터블 가죽이란 생산 과정에서 크롬 대신 식물성 성분을 사용한 것을 말하며, 자연적인 가죽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하며, 크롬 가죽보다 두 배 정도 비싸고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다. 이처럼 가죽 제품이란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기에 가죽을 고르는 과정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한 최고급 천연 린넨사(린카블레, 켐벨 등)와 통가죽 끈을 활용하여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평생 소장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명함지갑
가죽 제품 특유의 개성 있고 멋스러운 느낌도 좋지만, 가죽 제품을 직접 만드는 일 역시 이에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가죽 공예는 정성스럽게 자르고 문지르고 바느질해가며 소소하게 완성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먼저 명함지갑을 만들기 위해선 가죽에 도안을 본뜨고 칼로 잘라 패턴을 준비한다. 지저분하게 잘려진 부분은 사포질을 해서 깨끗하게 만든다. 그다음 모서리마다 가죽 에센스를 바르고 엣지코트를 발라 부드러움과 깔끔함을 추가한다. 이제 패턴을 겹쳐 카드지갑 모양새를 잡아보고 접착제로 고정시킨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은 가죽의 앞면의 경우 반질반질해서 접착제가 잘 미끄러지고 쉽게 떨어지기 때문에 칼로 코팅을 살짝 벗겨준다. 접착제가 다 마른 후에는 그리프와 망치를 이용해 바느질할 공간을 미리 만들어준다.
가죽공예 바느질은 기본적으로 바늘 2개를 사용하는데 실은 바느질한 구간의 4배 정도로 준비한다. 4배를 준비하는 이유는 바느질 구간이 아주 짧을 때 매듭지을 수 있는 실의 길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바느질할 가죽의 두께가 두껍다면 4배로는 모자랄 수 있으니 5배 정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가죽공예는 정확한 치수로 가죽을 재단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바늘구멍을 내고, 같은 힘으로 스티치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초보자라면 이러한 과정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손쉽게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좋은 가죽을 고르는 TIP 
· 표면이 차분히 가라앉아 있고 상처가 적은 것
· 중심과 끝의 두터움에 차이가 적은 것
· 광택이 은은한 것
· 염색이 균일한 것
· 손에 닿았을 때 부드럽고 탄력이 있는 것
· 잔주름이나 모공이 있는 것(완벽하게 말끔한 가죽은 천연 가죽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 펼쳤을 때 울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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