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생

또 하나의 반려가족, 맞이할 준비 되었나요?

2008년, 얼떨결에 유기견 한 마리를 떠맡았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조선간장 냄새가 심한 시츄였다. 어느 날 갑자기 내 부양가족이 된 그 시츄는 13년간 잘 먹고, 잘 놀다가 지난해 강아지별로 떠났다. 내 자랑은 아니지만 우리 개처럼 유기견에서 입양돼 죽을 때까지 보살핌을 받다 떠나는 강아지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동물의 생명을 한평생 책임진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글. 오미정
‘불쌍하니까 한 번 입양해볼까?’ 유기견, 한 순간의 동정심으로 입양하지 마세요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애견샵이나 가정집에서 분양 받는 것, 그리고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이다. 애견샵이나 가정집 분양은 원하는 품종의 강아지를 새끼 때부터 키울 수 있지만 비용이 비싸고, 일부 애견샵의 경우 어미개를 무리하게 임신시켜 새끼를 낳게 하는 ‘강아지 공장’ 이슈로 그리 추천되지 않는다. 그래서 권장하는 방법이 유기견 입양이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한해 8~13만 마리의 유기견이 발생한다. 이중 주인을 찾거나 입양되는 유기견은 38%고, 안락사나 자연사하는 유기견은 56%에 달한다. 더 가슴 아픈 사실은 이 많은 유기견 중 1살 미만 어린 강아지들이 30%나 된다는 점이다. 버림 받은 것도 억울한데 주어진 삶의 1/15도 누리지 못하고 안락사 위기에 처한 강아지들. 이들이 가여워 충동적으로 유기견을 입양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유기견은 한 순간의 감정으로 입양해선 안 된다. 이미 버림받은 상처가 있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나는 유기견을 가족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었을까? 체크해보자!
1) 강아지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2) 배변 훈련이 늦어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줄 수 있다.
3) 최소 하루 한 번 산책을 시켜줄 수 있다.
4) 방치하지 않고 함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놀아줄 수 있다.
5) 강아지가 분리불안으로 짖거나 입질을 해도 짜증내지 않고 교육시킬 수 있다.
6) 맛있는 간식보다는 강아지 건강에 좋은 사료와 깨끗한 물을 매일 급여할 수 있다.
7) 양치를 해주고 목욕 시키는 것에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
8) 강아지를 정기적으로 병원에 데려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9) 강아지가 아파도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을 가졌다.
10) 강아지가 늙고 병들어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다.
유기견, 어떻게 입양하면 될까?
위 체크리스트 10개 문항에 모두 ‘가능하다’고 답했다면 본격적으로 유기견 입양을 시작해보자. 유기견은 각 지자체 관리 보호소 및 민간 사설 보호소를 통해 입양할 수 있다. 보통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www.animal.go.kr)나 유기동물 관리·입양 플랫폼인 ‘포인핸드’ 앱을 많이 쓴다.
사이트에 등록된 유기견 정보를 클릭하면 유기견 발견 장소와 추정 나이, 특이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눈여겨볼 것은 공고 기간이다. 구조협회를 통해 보호소로 들어온 강아지들은 통상적으로 주인을 찾는 2주간의 공고 기간을 거치는데, 이 기간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4주간 새 주인을 찾는 입양 기간을 갖는다. 유기견 입양 가능 시기는 이 ‘4주’의 기간이다.
유기견을 입양하기로 결정했으면 보호소에 메일을 보내거나 전화 문의를 하면 된다. 인기 품종이거나 어리고 건강한 강아지들의 경우 입양 희망자가 많아서 본인이 원해도 입양을 못 할 수 있다. 운 좋게 희망 유기견을 입양할 수 있게 되면 보호소를 방문해 입양 서류 작성 후 강아지를 인도받는다.
입양 당일
입양 1년 후
나의 사례를 들어보자면, 13년 키운 시츄를 별나라로 보내고 다시 시츄 유기견을 입양하게 됐는데, 먼저 포인핸드 앱으로 한 유기견을 눈여겨 본 뒤, 이 친구의 2주 공고기간이 끝난 즉시 입양 신청 메일을 보내 입양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경기도 양주에 있는 보호소까지 찾아가 강아지를 데려왔다. 집에 올 때까지 오들오들 떨다가,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안도감에 꼬리를 흔들며 좋아하던 우리 강아지의 모습은 입양 18개월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유기견 입양 혜택이 있다고?
입양 관리 기관이나 플랫폼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지만 유기견을 입양하면 보통 건강검진 할인, 진료비 일부 지원, 입양 축하 선물 등이 주어진다. 서울시의 경우 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견을 입양하면 펫 보험료를 1년간 지원해주며, ‘포인핸드’ 앱에서는 유기견을 입양한 가족에게 일부 반려동물 용품 업체들이 제품을 할인해 공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한편 입양 과정에서 유기견에게 동물 등록칩이 필수로 삽입되는데, 일부 보호소의 경우 칩 비용을 받기도 하므로 방문 전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 무엇보다 유기견을 입양해 받게 되는 가장 큰 혜택은 버림 받았던 충격과 언제 안락사 당할지 몰라 불안함에 떨던 가엾은 작은 생명이 평생 함께할 가족을 만나게 됨으로써 행복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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