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살롱

세상에 하나뿐인 내 편, 가족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뻔한 소재인 신파가 싫다고 해도, 가족의 이야기가 빠지면 뭔가 허전하다.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소재로 가족 이야기만한 게 없다. 그만큼 가족은 이성적인 단어로만 풀어내기엔 복잡한 존재다. 가정의 달 오월, 다양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소개한다. 글. 김효정   사진. 고인순
가족의 따뜻한 사랑이 그리운 아이 <씨씨 허니컷 구하기>
글. 베스 호프먼 / 문학동네 어린 시절에는 가족의 사랑이 필요하지만, 그럴 상황이 안 되는 아이도 있다. 씨씨의 엄마는 빨간 새틴 구두를 길 한가운데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목격자는 세 명이었는데, 셋 다 우스꽝스러운 파티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아이스크림 트럭을 향해 갑자기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엄마는 미인대회 수상자로 과거의 영광에 갇혀 있었고 동네 사람들은 엄마를 정신 나간 여자라고 했다. 엄마의 상태를 알고도 아빠는 무관심으로 일관했고, 보살핌이 필요했던 어린 나이의 씨씨는 엄마의 보호자로 살아야했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으로 홀로 남게 된 씨씨는 남부의 친척 할머니에게 보내진다. 그 곳에서 그녀는 따뜻하고 유쾌한 이웃 여성들과 교류하며 마음이 녹고 상처가 아물어 간다. <씨씨 허니컷 구하기>는 세상의 모든 씨씨를 위한 따뜻한 조언이 가득한 책이다.
“저기 인생이 있어. 움직이고 있는 게 보이니? 나뭇잎들도 움직이고 있어. 인생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아. 너처럼 특별한 아이라도 기다려주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네가 큰맘 먹고 인생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 돼.” 당신의 결혼생활은 어떤가요? <평범한 결혼생활>
글. 임경선 / 토스트 <평범한 결혼생활>은 결혼 20주년 기념일을 맞아 작가 임경선이 펴낸 책이다. 이번 책은 임경선 자신이 차린 1인 출판사인 ‘토스트’에서 출간했는데, 기획부터 물류와 유통까지 책의 시작과 끝을 본인이 모두 관할했다. 지금의 남편과는 만난 지 3주 만에 청혼을 받고 석 달 간의 짧은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한 남자와 20년간을 살면서 이제는 그에 대해 한두 마디쯤은 할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그녀. ‘결혼은 복잡하게 행복하고 복잡하게 불행하다’라며, 결혼생활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임경선에게 결혼생활이란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었다. 생활패턴이나 식성, 취미, 습관과 버릇, 더위와 추위에 대한 민감 정도 등 ‘어쩌면 이렇게 나와 다를 수 있지?’ 싶더란다. 그녀의 평범한 결혼생활을 덤덤하게 이야기 한 책.
“내가 먼저 이 세상을 떠나면 남편은 그제야 비로소 내가 쓴 책들을 한 권씩 천천히 읽어나갈 것이다. 어떤 대목에선 낯섦을 느끼며, 어떤 대목에선 너무나 뒤늦게 자신의 아내를 이해하게 된 통한을 느끼며. 그사이 내가 키우던 식물들은 한 달 만에 모조리 죽겠지.”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글. 김하나, 황선우 / 위즈덤하우스 1인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셰어하우스 등 다양한 주거 형태와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김하나와 황선우는 셰어하우스는 아니지만, 각자 키우던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넷이서 한 집에 살기로 결심한다. 각각의 싱글 라이프부터 함께 살기로 결심한 과정, 둘이 살면서 겪은 에피소드, 결혼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의 공동체든 한집에 사는 사람들이 겪게 될 현실적인 이야기를 책에 가감 없이 담았다. 혼자 살 때보다는 삶의 지리 월등히 좋아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사람은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지만 자신의 세계에 누군가를 들이기로 결정한 이상은, 서로의 감정과 안녕을 살피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싸우고, 곧 화해하고 다시 싸운다. 반복해서 용서했다가 또 실망하지만 여전히 큰 기대를 거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준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는 교전 상태가, 전혀 싸우지 않을 때의 허약한 평화보다 훨씬 건강함을 나는 안다.” 며느리도 딸처럼 대해주세요 <며느라기>
글·그림 수신지 / 귤프레스 <며느라기>는 갓 결혼한 여자 주인공 민사린을 통해 가정에서 가부장제도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또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 연재했던 만화는 업데이트 될 때마다 친구들을 소환하는 댓글을 달기도 하고 며느리로서, 또는 여자로서 겪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조언하며 토론의 장을 열기도 했다. 결혼한 여성이라면 대부분 느꼈을 불편함과 부당한 것들을 그렸기에 많은 며느리들을 눈물짓게 만들기도 했다. 주인공 민사린은 한 번도 좋은 며느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 없었던 자신이 왜 스스로 예쁨 받는 며느리가 되고자 애쓰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 세상 모든 며느리들을 위한 책.
“두 사람 혹시 ‘며느라기’ 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 “그냥 며느리랑 같은 말 아니에요?” “아니 그거 말고.” “며느라기는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며느라기’라는 시기가 있대 시댁 식구한테 예쁨 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그런 시기. 보통 1, 2년이면 끝나는데 사람에 따라 10년 넘게 걸리기도, 안 끝나기도 한다더라고.” 세 여성이 펼치는 가슴 뭉클한 가족 이야기 <알로하, 나의 엄마들>
글. 이금이 / 창비 일제강점기에 사진 한 장을 보고 평생의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세 명의 여자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열여덟 살 주인공 버들과 친구들의 삶을 그린 책이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하와이라는 신선하고 새로운 공간을 배경으로, 이민 1세대 재외동포와 혼인하고 생활을 꾸려가는 강인한 여자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녀들은 서로 보듬고 존중하며 친구이자 엄마가 되어준다. 시대를 앞서 새로운 가족, 여성 공동체의 면모를 아름답게 펼치며 한 시대를 살아낸 여성들의 사랑과 연대를 그려낸다.
“버들은 약지의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반지가 안 맞자 태완은 너무 쉽게 포기했다. 반지를 억지로 끼운 사람은 자신이었고 그 때 벗어진 살갗의 상처가 아직 뚜렷했다. 반지는 영원히 남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억지 결혼의 증표였다. 태완의 눈에 그런 자신이 얼마나 미욱해 보였을까. 그 시간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가, 나중에 늘려주겠다는 태완 앞에서 보란 듯이 반지를 던져 버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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