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살롱

봄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지금, 사랑하고 있나요?

한해 두해 나이 먹어가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둔탁해진다. 사랑을 설렘과 떨림이 아닌 편안함으로 정의하고 난 뒤로는, 심장의 두근거림도 들리지 않는다. 이러다가 다시는 그 말랑말랑한 감정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아 두렵지만, 그래도 괜찮다. 다시 또 봄이 왔으니 말이다. 글. 김효정   사진. 고인순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사랑의 기술>
글. 에리히 프롬 / 웅진지식하우스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책 <사랑의 기술>. 세계적으로 60년 동안 읽힌 스테디셀러다. 현대인의 사랑은 본질 보다는 ‘계산’으로 바뀌기 쉽다. 많은 이들이 진정한 사랑의 회복을 원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자본이라는 외적인 요인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사랑은 사랑할수록 실패하기 쉬운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기술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신이 준 사랑의 능력을 그대로 발휘하기엔 이미 인간은 너무 복잡하고 교묘해졌다. 그가 제안하는 사랑의 기술은 ‘인격의 성장’이다.
“만일 내가 참으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게 된다. 만일 내가 어떤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과 나 사이에 적당한 거리 <관계의 물리학>
글. 림태주 / 웅진지식하우스 이 지구에서 산다는 것은 잘 맺고 끊고를 잘하는. 적당한 거리를 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림태주 작가, <관계의 물리학>은 <이 미친 그리움>과 <그토록 붉은 사랑>을 쓴 그의 세 번째 산문집이다.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감정, 나와 나 자신의 간극에 집중했다.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 그리고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긴 메시지는 관계에 지친 사람들에게 또 다른 해답으로 다가온다. 사람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관계가 서툰 사람들을 위한 메시지가 담긴 책이다.
“당신과 나의 만남이 우연처럼 쉽고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은 지난하고 지극한 운동의 결과다. 당신이 내게 오는 동안의 저항을 나는 알지 못하고, 내가 당신에게 가는 동안의 저항을 당신이 알지 못할 뿐이다. 그러므로 내가 살아온 날들이 당신을 만나기 위해 부단히 애쓴 필연과 두려움을 이겨낸 행운의 결과였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사랑의 인력으로 맺어진 인연의 매듭 <사랑의 역사>
글. 니콜 크라우스 / 문학동네 삶의 끝을 기다리는 노인과, 삶의 시작을 기다리는 소녀 사이에 이어진 길고 단단한 끈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은 각자의 인생이 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서로를 향해 조금씩 다가간다. 평생 거듭된 상실 속에서 공허한 노인과 이제 비로소 마음속에 새로운 감정과 깨달음을 차곡차곡 쌓아가기 시작한 어린 소녀, 둘은 세상에서 가장 멀리 있는 존재들처럼 보이지만, 소설의 끝에서 드러나는 거대한 사랑의 역사 속에서 이들은 서로의 원인이자 결과이며 누구보다 긴밀하게 엮인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얼굴에서 기대와 믿기지 않는 마음과 약간의 슬픔이 엿보여서, 먼 옛날에 사해에서 엄마를 바라보던 아빠의 얼굴이 이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얼굴에서 비롯된 일련의 사건들이 지금 나를 이곳에, 함께 자랐지만 거의 알지 못하는 남자애와 둘이서, 이 깊고 외떨어진 곳에 와 있게 한 것일까.” 희망하라, 사랑하라, 삶을 두려워하지 마라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글. 나태주 / &(앤드)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는 시인 나태주가 해외의 명시 120편을 선정해 엮은 책이다. 현대인은 시를 읽지 않는다. 날이 갈수록 감성은 메말라가고 팍팍해진다. 가끔은 경제서적이나 실용서 대신 시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삶에 힘들고 지칠 때 마음을 다독여 줄, 생각을 유연하게 만들어 줄 시 한편. 시인 나태주는 말한다. “계절이 바뀌면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 아니다. 바람이 계절을 바꾼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생을 배우고 자연을 스승으로 삼는다. 그래, 기다려보자. 언젠가는 좋은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오직 이 한마디를 중얼거려 본다.”
“젊은 시절, 나는 헤세보다는 릴케가 좋았는데 나이 들면서는 점점 헤세가 좋아진다. 어쩌면 그의 인간적인 삶, 인간적인 고뇌, 그리고 솔직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더구나 그의 수채화는 우리에게 많은 상상력을 제공한다. 헤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어머니. 어머니에 대한 경도傾倒와 사랑이 더욱 헤세의 시작품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닌가 싶다.” 즐겁게 들어줄 누군가를 떠올리며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글. 이도우 / 위즈덤하우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작가 이도우가 처음으로 낸 산문집이다. 그는 자신을 지나온 모든 시간 속 이야기를 선명하게 기억하는 ‘기억의 호더증후군’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가 오래 기억한 사람, 말, 글, 풍경, 그날의 마음에 세심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그의 따뜻한 시선과 깊이 있고 서정적인 문체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줄지도. 내일은 또 하루치의 고단함과 기쁨, 슬픔이 찾아오겠지만, 지금은 깊은 밤이고…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 조용히 책장을 펼쳐 넘겨보자.
“가끔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정말 눈빛이란 그렇게 상대의 본질을 알아보게 하는 그 무엇일까. 순식간에 스캔하는 홍채 인식도 아닌데. 하지만 흔들림 없이 전해지는 믿음에 괜히 딴지를 걸기보다 나 역시 사랑하는 존재들의 고유한 눈빛을 골똘히 분석해보고 싶다. 어떤 요소들이 눈동자에 담겨 빛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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