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거꾸로 쓰는 신중년 이력서

기업의 채용 과정은 일종의 거래이다. 구인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지점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특히 주도권을 쥔 회사 이익이 중요하다. 재취업도 다를 게 없다. 나를 고용하는 비용보다 회사가 얻게 될 이익이 더 클 것이라는 점을 밝히면 성공할 수 있다. 인사 담당자가 내 이력서를 읽으며, 회사의 이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최상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글. 한국은퇴설계연구소 권도형 대표
어떤 이익을 줄지 구체적으로 어필하라
젊은 신입사원의 채용에서는 ‘잠재력’이 크게 고려된다. 실제 일을 한 경험이 매우 짧거나 거의 없기에 회사에 이익을 안겨줄 ‘가능성’을 크게 본다. 젊은이들이 이른바 스펙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이 가능성을 돋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실제 보여줄 것이 없기에 스펙이 중요하다.
하지만 재취업의 관문에 들어서는 신중년은 다르다. 회사의 이익을 안겨줄 구체적 역량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구체적인 과거 현장 경험에 담겨 있다. 즉 과거 경륜 속에 담긴 실제적 핵심 역량을 잘 어필하는 것이 관건이다.
나의 이런저런 경험을 통한 지식과 인맥이 이 회사의 어떤 부분에서 어떤 이익을 얼마나 창출할지 쓸 수 있다면 최고다. 이와 덧붙여서 최근의 채용 트렌드를 고려하면서 인사 담당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이력서를 잘 쓰는 방법을 알아보자.
나에 대한 그들의 걱정을 먼저 건드려라
기업 경영자나 인사 담당자들이 중장년을 채용할 때 염려하는 점이 몇 가지 있다. 건강 문제, 권위주의적 태도와 소통 애로 등이 그것이다. 이 점들을 선제적으로 건드리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정밀 검사한 신체(건강) 나이가 30~40대라거나, 관련 분야의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며 젊은이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는 등을 밝히는 것이다. 과거 직장에서 탈권위적인 태도로 어떤 별명을 얻었다는 등의 이야기도 좋다.
스토리를 통한 서사와 흥미로운 슬로건
이력서 서술 방식에서도 “나는 ○○하다”와 같은 단정적인 묘사보다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같은 스토리를 중심으로 푸는 게 효과적이다. 앞에 이야기한 중장년 특유의 단점을 극복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스토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게 좋다.
강력한 인상을 주기 위한 나만의 슬로건을 생각해보자. 나의 경우 방송이나 교육을 할 때 ‘은퇴를 설렘으로 만드는 남자, 권도형입니다’를 꾸준히 사용한다. 이렇게 제목에서부터 ‘이력서’, ‘자기소개서’, ‘입사지원서’ 같은 평범함을 벗고 재치 있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으로 시작하면 된다.
분석을 통한 실전 이력서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 상황을 떠올려보자. 나에게 적합한 채용 공고를 입수한 상황이다. 이후의 과정을 짚어보자. 채용 공고를 전략적으로 분석해서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회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원하는가? 나로부터 어떤 이익을 기대하는가? 자문하여 분석을 마치자.
이 기준으로 내가 실무 투입 시 가장 잘할 수 있는 직무 역량에 대해 우선순위를 매기고, 자신의 경력을 분야와 직무별로 나눠 정량적 성과와 정성적 성과를 정리해 그래프로 정리해보면 좋다. 이 작업은 기업에 필요한 적합 직무를 가진 경력 보유자임을 시각적으로 잘 드러내는 데 유용하다.
업무 수행을 통해 습득한 전문 지식, 차별화된 노하우, 업무 통찰력, 비즈니스 네트워크, 자격증, 외국어 등이 직무 역량의 요소들을 망라하되, 핵심을 간추려야 한다. 정보가 너무 많으면 인사 담당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핵심 요소를 강조해야 한다. 그리고 핵심 역량 그래프를 스토리로 풀면 어떨지도 잘 궁리한다.
거꾸로 작성하는 이력서
이제 이력서 작성에 들어간다. 재취업자는 경력 중심의 ‘거꾸로 이력서’가 더 효과적이다. 생애 순서대로 학력과 경력을 나열하는 대신 나의 직무 관련 역량을 맨 앞으로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풍부한 경험을 강조하기 위해 이러한 경력을 상단에 배치해보자.
인사 담당자에게 지원자의 나이나 주소와 같은 주변 정보를 먼저 보여줄 이유가 없다. 직무 관련 역량을 상단에 작성하고, 이와 관련해 성과를 냈던 최고의 경험과 최신의 경험을 3가지 내외로 작성하자. 만약 경력이 단절된 기간이 있었다면 직무 관련 자격증이나 프로젝트, 사회적 활동 또는 재능 기부 활동 등을 기재하는 것도 좋다. 학력이 약점이 될 것 같다고 판단되면 해당 내용을 맨 뒤에 배치하는 전략을 사용하자.
지원 기업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하며, 이를 위해 노력해왔고,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음을 표현하는 것은 이력서 쓰기의 기본이다. 이를 바탕으로 면접에서도 경력과 역량을 잘 드러내는 게 필요하다.
이력서 순서를 바꾸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전통적인 순서로 작성하되, 편집 과정에서 굵은 글씨, 밑줄, 색깔, 박스 등으로 경력을 부각시키는 게 효과적이다. 이를 통해 해당 업무와 관련된 자신의 역량을 잘 드러내는 것이 핵심이 된다.
이렇게 이력서를 작성한 두 가지에 주의하며 마무리한다. 첫 번째는 철저한 퇴고와 맞춤법 검사를 통해 비문과 오탈자를 없애야 한다. 비문과 오탈자는 인사 담당자가 편견을 갖게 한다. 두 번째, 메일을 보낼 때 이력서임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제목에 지원 부문과 이름을 명시하는 것이다. 기업에서 원하는 형식이 있다면 첨부파일 제목 또한 정확히 맞춰야 한다. 작은 부분에서 꼼꼼함을 유지하는 것도 재취업 합격률을 높이는 전략 중 하나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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