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농사의 수고와 애환으로 얻는 보람, ‘귀농’

주변에서 만나는 친구나 선후배 중에는 은퇴하면, 아이들 교육만 끝나면 바로 시골로 떠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모호한 ‘바람’ 정도로 머물러 있는 듯하다. 귀농을 일종의 도피 심리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구체화되면 많은 장벽과 고민에 부닥치게 된다.
글. 한국은퇴설계연구소 권도형 대표
귀농을 막연히 여유로운 ‘전원생활’ 정도로 받아들이고 낭만적인 계획을 세운다면 위험해질 수 있다. 귀농은 탁월한 열정과 헌신성, 인내심, 기술력이 필요한 어렵고 민감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업을 일구는 일이다. 현실을 벗어나는 게 아니라 힘들고 복잡한 현실의 한가운데로 들어가야 한다. 귀농을 선택할 때 핵심은 농사의 수고와 애환에서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느냐다.
귀농은 농업창업이다
귀농은 귀촌과 구별된다. 귀촌은 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주거지를 시골로 옮기는 것이다. 어쩌면 농업이라는 직업이 필수적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귀농은 다른 직업에서 일하던 사람이 농어업으로 직업을 바꾸고 창업하는 것이다. 당연히 귀촌의 과정이 수반된다.
살던 곳에서 작은 가게 하나를 열더라도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귀농은 낯선 분야로 창업을 하는 일이다. 그래서 요즘 귀농을 ‘농업 창업’이라는 형태로 표현한다. 그것도 오래 살던 주거지를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는 어려운 창업이다. 결심도 단단히 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도 꼼꼼히 세워야 하고, 농업 기술부터 여러 가지 형태의 교육을 받고 훈련도 해야 한다.
귀농은 내가 진정으로 농어업을 하면서 살기를 원하는지 냉정히 들여다보면서 시작해야 한다. 주변 사람이나 귀농을 한 사람, 전문가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과정도 필요하다. 단순히 현재의 삶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농업 창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서 결코 만만한 분야가 아니다. 결심이 섰다면 가족과 합의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철저한 조사와 교육이 필요하다.
어떤 것 주 작목으로 해서 수익을 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작목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 후에 관련 영농 기술을 교육기관으로부터 전수받는다. 그리고 정착지를 물색한다. 이런 과정에서 주말마다 귀농생활을 경험해본다거나 하는 등 예비 체험을 하는 게 매우 좋다.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졌고 정착지가 정해졌다면 농지와 주택 등을 구입한다. 그리고 영농계획을 구체화하고 실행에 옮긴다.
신중한 작목 선택과 귀농교육은 필수다
귀농 초기, 작목 선택에 있어서 너무 전문적인 부분으로 가지 않는 게 좋다. 가격 변동이 적고, 기술이나 자본이 적게 투입되는 작목 중심으로 시작해서 점차 발전시킬 것을 권하고 싶다. 일반 창업에서 아이템이 중요하듯이 귀농에도 작목이 중요하다. 적성에도 맞아야 하겠지만 기술 능력, 자본력 등이 뒷받침되는 작목 선택을 해야 한다. 농산물은 재배를 시작하여 수익을 올릴 때까지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한 4개월이고 길게는 4~5년이 걸리는 작물도 있다.
관련된 영농 기술도 많이 배워야 한다. 다른 환경과 커뮤니티에 성공적으로 적응 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러 형태의 귀농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각 기초자체단체 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인을 위한 일반 교육과 영농 교육을 하고 있다. 또 민간기관의 교육도 있다. 귀농의 가능성을 탐색해볼 수 있는 교육과 기초 체험 과정이 있다.
이와 함께 농업 기술과 경영, 마케팅 등에 대한 전문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사회단체, 영농법인, 대학도 찾아보면 받을 수 있는 교육이 많다. 실제로 직접 농사를 짓는 현장 교육 실습장도 운영 중이니 되도록 많은 교육을 들어보길 바란다.
농업교육포털 홈페이지 https://agriedu.net/
시군 단위의 귀농 교육관도 활용할 수 있다. 온라인 교육도 있다. 농업교육포털(https://agriedu.net/)에서는 귀농 과정을 인터넷에서 수강할 수 있도록 과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귀농을 유치하여 인구를 유입시키고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마다 귀농 지원센터를 설치해서 정보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농촌 문화를 미리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열고, 농촌 빈집 등 부동산 정보도 제공한다. 이주해서 정착하는 단계에서도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정착을 돕는다. 귀농 과정 전체를 밀착해서 도와주는 귀농 닥터 프로그램도 효과적이다.
귀농은 분야가 방대하다. 작물도 다양하다. 작물 재배와 농식품으로 가공, 인터넷을 통한 판매까지 함께 아우르는 형태도 고민해야 한다. 실제로 관련된 책도 읽고, 인터넷 정보도 살펴보면서 정보를 정리하고 충분한 선(先)경험을 통해 생각을 구체화시키기 바란다.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추진하거나 성사시키기 어려운 것이 귀농이다. 씨를 뿌리고 땀을 흘리며 충분히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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