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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직업을 고려하고 접근하자

엄격하게 말해 대도시 근교의 교통이 좋은 시골로 이주하는 것을 귀촌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도시 생활의 연장이라고 보는 게 더 이치에 맞을 수 있다. 환경이나 교통 등의 측면에서 대도시의 영향력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게 귀촌이다. 그러니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귀촌은 귀농과는 달리 농업을 직업으로 삼지 않을 수 있다. 귀농은 농업이라는 직업을 수반해야 하지만 귀촌은 반드시 농업을 수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귀촌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핵심이 된다. 시골에서 여가 생활을 하든가 아니면 그 지역을 배경으로 새로운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이 역시 철저한 준비가 선행 되어야 한다.
글. 한국은퇴설계연구소 권도형 대표
귀촌의 프로세스는 결심이 먼저다
도시를 떠나서 전원생활을 하겠다고 결심을 해야 시작이 된다. 도시에 비해 일자리가 많지 않은 시골로의 이주이므로 경제적인 생계유지가 가능할지 고려해야 한다. 기존의 커뮤니티, 인간관계를 떠나는 것이다. 이것을 감수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쉽게 형성할 수 있을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그리고 함께 살 가족과 의논해야 하고 합의가 필요하다.
그 다음 가족과 함께 새로운 주거지를 물색하고 선정해야 하고 그 다음으로 주택을 임대하거나 구입하여 이주한다. 귀촌에서는 귀촌 여부와 거주지를 가족과 함께 선택하는 게 가장 큰 과정이 된다. 귀촌 후 어떤 일을 할지, 어떤 직업을 가질지 미리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으로 귀촌생활이 본격화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귀촌을 계획하면서 도시에서 바쁘게 살았으니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어놓고 좀 조용하게 살아보고자 생각한다.
잠도 실컷 자고, 시골 아름다운 곳을 찾아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는 상상을 한다. 노을이 지는 마당에서 시골의 신선한 식재료로 저녁식사를 계획하기도 한다. 집 앞을 흐르는 강물 소리도 듣고, 집 뒷산에 걸린 구름도 아름다울 것이다. 봄이면 나비를 보는 것도, 여름엔 계곡에 발 담그고 친구들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신난다. 가을 단풍에 추억에 잠기고, 겨울엔 벽난로에 장작을 피우는 생각도 미소 짓게 한다.
하지만 시골에서 살다보면 그것은 금방 바닥이 난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행복과 일상은 며칠 못가 싫증이 난다. 결국, 앞으로 이곳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 봉착하게 된다.
귀촌에 적합한 직업들을 생각하자
시골로 이주해서 예술 활동이나 집필을 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자. 은퇴 후에 이렇게 사는 게 매우 멋지게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생활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매우 소수다.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거나 생계를 위한 재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원활하게 이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귀촌 후 직업은 주로 시골이라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생태 환경에 대한 안내와 교육, 체험활동 등을 제공하는 일, 친환경 먹거리를 공급하는 일이 그것이다. 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제품을 제공하거나 판매하는 일도 있다.
관련 기관이나 지자체와 더불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직업들도 있다. 그중 하나로 시골의 생태 관광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여행과 체험, 교육 프로그램으로 기획하는 생태 어메니티 전문가가 있다. 그 마을에서 잠재성 있는 체험 자원을 찾아내고 브랜드화해 상품으로 판매한다. 관광 전문가와 교육, 이벤트 전문가의 성격이 합쳐진 형태다. 생태 환경이 아니더라도 그 지역 특산품을 매개로 체험 활동을 만드는 등의 일도 각광을 받고 있다.
농촌 생활을 체험하며 그 지역에서 직접 생산된 음식물을 즐기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프로그램을 만드는 팜파티 전문가, 친환경적인 병충해 방제를 연구하고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친환경 병충해 방제 전문가, 숲에 대해 안내하고 교육하는 숲 해설가 등도 새로운 귀촌 직업으로 꼽힌다.
전통적인 형태인 농산물 가공과 유통을 새로운 컨셉으로 인터넷, SNS 등을 통해 펼치는 농업 기반 사업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농촌의 전통적 직업 외에도 창의적인 형태를 고려하는 것도 좋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농산물, 전통이 느껴지는 이색적인 주거 등을 배경으로 하여 농촌만의 특징을 자원으로 삼아 새로운 상품이나 직업을 기획하고 관련된 연구와 교육을 하는 일도 매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시골생활을 바탕으로 즐길 수 있는 일 선택하기
곧바로 되는 것은 없다. 과정이 있어야 하고 시간도 필요하다. 특히 시골에서는 급하게 결과가 나오는 일은 없다. 꾸준히 하다보면 길이 보인다. 몇 년간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귀촌을 바라보자. 그리고 가족과 충분한 대화를 나눠보기 바란다. 그리고 실제로 관련된 책도 읽고, 인터넷 정보도 살펴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구체화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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