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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화 : 은퇴 후에도 정기적인 수입이 들어온다면!?

지난 연말에 국민연금 지사의 민원실이 북적북적했다. 추후납부와 반납금 제도가 변경되기 전에 이를 신청하려는 사람들이었다. 과거에 소득이 없어 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였거나 납부한 보험료를 일시금으로 받은 가입자가 추납금과 반납금을 납부하면 가입 기간으로 합산되는 제도이다. 젊은 시절 연금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가 은퇴를 앞두고 뒤늦게 이 보험료를 납부하러 온 것이다. 상담하는 고객 모두 노후준비를 걱정하다 보니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수입이 절실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글. 안경숙(국민연금공단 지사장)
은퇴 후 생활비는 한 달에 얼마가 필요할까? 국민연금연구원의 제8차(2019년도)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고령자들은 한 달 적정 노후생활비로 부부가구는 267만 8천 원, 1인 가구는 164만 5천 원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일부에서는 이 금액을 산술적으로 계산해서 평균수명까지 노후자금으로 ‘6억이 필요하다’ ‘10억이 필요하다’ 주장하기도 하지만 개인별로 사정은 천차만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은퇴준비를 위한 재무설계를 해야 한다. 노후준비 전문가들은 재무설계를 할 때 가장 먼저 본인의 수입과 지출의 흐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손익계산서’부터 작성해보라고 조언한다.
노후자금이 부족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두려워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필요 자금을 예측해보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 자신의 형편에 맞는 지출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은퇴 전 1년 동안의 지출내역을 전부 출력해서 월별로 비교해보며 지출항목별로 은퇴 후에도 필요한 부분인지,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얼마인지 산정하고 병원비나 간병비 등 추가로 지출이 예상되는 항목을 집어넣어야 한다. 이런 작업을 하는 동안 자신의 지출성향 파악도 가능하고 은퇴 후에 삶의 태도 변화도 꾀할 수 있다. 혼자 작업하기가 어려우면 국민연금공단이나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 등을 방문하여 재무설계 상담을 신청하여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퇴직 후 수입의 가장 기본적인 영역은 연금이다. 젊은 시절부터 납부하여 30년 이상 국민연금을 가입하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까지 포함하는 3층 연금을 준비하면 어느 정도 적정생활비 마련이 가능하다. 기본 생활비 이외의 병원비와 간병비 등 예측하지 못한 지출이나 노후의 취미생활이나 여행 등을 위해서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자산도 일정 규모로 준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노후준비 실태조사를 해보면 노후 자금은 국민연금밖에 없다는 사람들의 비율이 가장 높고, 자녀들 출가시키고 나니 평생 모은 재산이 집 한 채뿐이라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노후의 지출은 수입에 맞추어 관리될 필요가 있다. 은퇴를 하면 돈 쓸 곳이 줄어들 것 같은 데 많은 사람들이 수입 활동을 하던 시절의 삶의 방식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지출을 줄이기 어려우니 어떻게든 노후자금을 늘리려 하지만 쉽지 않다. 노후설계 전문가인 강창희 씨는 금융시장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적인 재테크로 돈을 벌기란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 현역 시절에야 혹여 재테크에 실패하더라도 만회할 시간이 있지만 정년 후에는 그럴 시간도, 기회도 없으므로 수입을 늘리기 보다는 지출부터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필수 생활경비는 낮추기 어렵지만 경조사비, 외식비, 자녀의 결혼비용, 주택관리비 등은 생활방식의 변화나 대인관계 정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한 항목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여 자녀 결혼식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든가 쓸데없이 형식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경조사비나 외식비 등을 쓰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자녀들이 결혼하여 독립한 후에는 주거환경도 바꾸어 관리 비용을 줄이면 된다. 도시의 넓은 아파트를 처분하고 작은 평수로 옮길 수도 있고, 텃밭이 있는 교외에 단독주택을 마련하거나 귀촌하여 더 적은 비용으로 여유 있는 노후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눈높이를 조금 낮추어 재취업을 한다면 삶의 활력도 되찾고 금전적으로도 생활의 여유가 생길 수 있다.
최근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어디를 가나 ‘주식’이야기다. 노후자금 관리에 고민하는 은퇴자의 경우에도 높은 수익률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평소에 경제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섣불리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였다가는 노후자금에 손실을 보고 후회할 수도 있다. 노후자금은 안정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도 하고 투자 상품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한다. 높은 금리가 유지되던 과거에는 안정적인 상품에 넣어두고 이자소득으로 생활할 수도 있었지만 저금리 시대에는 노후자금의 가치 유지를 위한 투자전략이 중요하다. 수익은 낮더라도 안정성을 추구하는 상품과 수익률은 높지만 그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상품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는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결정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은퇴자의 재무관리는 각자가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여건과 성향에 맞추어 해야 하겠지만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제시하는 조건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은퇴 후의 정기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을 위해 연금은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둘째, 노후에는 수입을 늘리기보다는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셋째, 노후자금은 리스크가 큰 고수익을 추구하기보다 안정적 운영이 중요하다.
‘가난에는 장사가 없다’는 옛말이 있다. 특히 질병과 함께 찾아오는 노후의 가난은 상상할 수 없는 불행을 가져올 수 있다. 물론 지나치게 불안해할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산 입에 거미줄 치겠어’라는 막연한 낙관으로 노후를 맞으면 안 된다.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노후가 되려면 젊어서부터 차곡차곡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충분한 노후자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은퇴를 맞게 되었다면 눈높이를 낮추어 재취업에 도전하고, 부족한 자금에 맞추어 주거지를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 어떤 환경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삶의 태도를 가진다면 이 또한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행복한 노후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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