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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살롱화 : 폐교가 담은 감성, 그리고 예술 아미 미술관

‘미술관’이라고 하면 왜인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진다. 꽉 막힌 벽과 편안하지 않은 분위기, 사각형의 딱딱한 구조와 정형화된 색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아미미술관은 그런 획일화된 미술관과는 조금 차원이 다르다. 자연과 함께 살아 숨 쉬며 또 다른 상상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에.
글. 김효정   사진. 문정일
폐교가 근사한 미술관이 되다
아미미술관은 이미 당진의 랜드마크처럼 누군가에겐 추억의 장소다. 남녀가 함께 데이트를 즐기거나 어린아이를 둔 가족의 나들이 장소로 이만한 데가 없기 때문이다. 3,000평의 부지에 농촌의 폐교를 활용한 아미미술관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화이트톤의 벽에 기다란 담쟁이 넝쿨이 서로 얼굴을 부비며 타고 올라 있었고, 미술관 주변으로는 예쁜 벚꽃나무와 철쭉, 진달래, 다양한 꽃들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된다면 휴대폰이나 사진기를 꺼내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을 것이다. 아기자기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감도는 이 공간은 금세 소문이 퍼져나갔다. 이제는 근교 데이트 명소로도 자리 잡은 아미미술관, 아직 가보지 못했다면 한 번쯤은 방문해 보길 바란다. 무심하게 놓여 있는 창문 아래 의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손 때로 지난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면 좌측과 우측의 관람로로 나뉘는데, 좌측은 주로 그림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우측 공간은 테마에 맞는 설치 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처음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우측 복도 전체 공간에 빼곡하게 알록달록한 모빌이 걸려있었다. 햇살을 맞으며 빙글빙글 도는 모빌은 춤을 추는 것처럼 아름다웠고 또 자유로워 보였다. 지금은 금방이라도 살아날 것 같은 아주 화사한 핑크 톤의 나뭇가지가 복도를 채우고 있다.
로맨틱한 핑크빛 감성 ‘나의 정원... 모두의 정원’
물론 이 설치물도 작가의 작품이다. 보는 순간 마음을 사로잡는 핑크색 색감의 나뭇가지에 달린건 핑크색 깃털이었다. 그 누가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교실 전체를 휘감은 핑크색 나무를. 동화 속에서나 볼법한 환상적인 분위기에 빠져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 자신만의 특별한 감성을 담아 SNS에 사진을 올린다.
지난 4월부터 전시된 박기호 작가의 작품은 오는 12월 말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예정이다. 작품의 테마는 ‘나의 정원... 모두의 정원’이다. 큐레이터 구현숙은 “나의 정원... 모두의 정원은 자연과 관계를 맺고 다시금 소통하기 위한 일종의 언어”라고 설명한다.
그는 “죽어 방치된 나무들이 마법에 걸린 듯 살아 꿈틀대며 천장을 휘감아 돌며 공간을 점령하고, 무게를 상실한 깃털들이 별이 되어 쏟아지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자연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속에 은폐된 작가의 자아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당진 포구를 그리다 ‘에꼴 드 아미 레지던시 결과보고展’
방문했을 당시 한창 전시가 진행되었던 <에꼴 드 아미 레지던시 결과보고展>. 지난 11월 16일까지 볼 수 있었던 전시라 지금은 다른 전시물로 채워져 있다.
에꼴 드 아미는 도심에서 벗어나 당진에서 가장 자연환경이 뛰어난 곳에 자리한다. 장소적 특성을 바탕으로 지역작가 및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발굴해 소통할 수 있는 레지던스를 마련해 문화와 사고의 차이를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이 7번째인, 에꼴 드 아미 레지던시 결과보고전은 총 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당진 출신 작가거나 이주 작가, 혹은 잠시 살아보며 당진을 경험한 작가들에게 당진의 포구는 폭 넓은 스펙트럼으로 비춰졌다. 이지수, 인주리, 장동욱, 정희기, 한지민 5인의 작가가 표현한 당진 포구. 전시는 그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가볍게 구경하기 좋은 ‘2021 아미마켓展’
폐교를 나가 뒤뜰로 나가면 또 하나의 건물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메종 드 아미’. 이곳은 옛 학교의 숙직실과 창고로 사용되던 곳인데, 아티스트와 관람객 그리고 예술 공간이 서로 상생할 수 있게 했다. 방문했을 때는 ‘2021 아미마켓展’이 열리고 있었다. 아미마켓전은 사람들이 물건을 구경하거나 사기 위해 가는 마켓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예술품 역시 우리 주변에서 편하게 보고 살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고자 한 전시다. 작품보호대 너머 고가의 미술품이 아닌, 문턱을 낮춘 소품과 굿즈가 눈에 들어온다.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소품샵을 둘러보듯 발걸음을 가볍게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는 김서울(판화), 김순미(목공예), 이세문(일러스트), 파란감(도자)의 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는 내년 3월 2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미술관 앞쪽으로는 1,500평에 달하는 잔디 운동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어 확트인 느낌이 든다. 가을철에 방문하면 활짝 만개한 핑크 뮬리 군락도 만날 수 있으니, 늦지 않게 찾는 것을 추천한다. 미술관 뒷산에는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산책길이 장관을 이룬다.
주 소
충남 당진시 순성면 남부로 753-4
운영시간
매일 10:00 – 18:00
전 화
041-353-1555

문화 살롱는 총12편의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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