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여행

젊은 청춘들의 성장 드라마 <스타트업> 촬영지 영월 섶다리를 찾다

#드라마 #스타트업 #영월 #섶다리
‘청춘’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고목에서 푸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생명의 봄에는 풋풋한 청춘의 냄새를 어디서든 맡을 수 있다. 아직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3월의 어느 날, 드라마 <스타트업>의 두 남녀 주인공이 추억을 쌓았던 영월의 섶다리를 찾았다.
글. 김효정   사진. 문정일
‘판운리 섶다리’에서 청춘의 방향을 잡다
<스타트업> 14화를 보면 남도산(남주혁 분)이 서달미(배수지 분)를 잊으려고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서는 장면이 있다. 쉬지 않고 페달을 밟다 보면 몸이 힘들어질 테고 머릿속의 잡념을 털어버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서달미에 대한 기억은 더 또렷하게 떠오른다. 5시간에 거쳐 자전거를 타다가 다리가 풀려 쓰러진 남도산은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사진 출처 : tvN
사진 출처 : tvN
사진 출처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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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말은 틀렸다. 몸이 힘들수록 생각은 더 또렷해졌다.”- <스타트업> 남도산 대사
깜빡 잠이 들어 버린 남도산. 어느새 해는 지고 어둑해진 시간.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런 외진 곳까지 서달미가 남도산을 찾아온다. 힘겹게 남도산을 찾아낸 서달미는 피곤했는지 잠이 들어버리고, 남도산은 그녀가 잠든 사이에 서달미의 사업계획서를 다시 살펴본다.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해온 서달미의 말을 딱 잘라 거절했지만, 마음이 흔들리는 남도산.
사진 출처 : tvN
드라마 <스타트업>은 한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시작(START)과 성장(UP)을 그렸다.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고,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열정 가득한 청춘은 창업을 꿈꾼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경쟁하고 힘을 보태고 응원하며 어느새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진 출처 : tvN “마냥 맑은 날이면 세상이 온통 사막이라고 비도 오고 눈도 오고해야 땅에서 풀도 나고 맛난 귤도 나지.”- <스타트업> 서달미 대사
남도산과 서달미 두 남녀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 촬영된 곳은 바로 강원도 영월의 주천면 판운리에 위치한 섶다리다.
12년 전에 취재차 영월에 들른 적이 있다. 굽이굽이 산을 깎은 도로를 지나 도착한 영월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흐르는 강 위로 쌓아 올린 ‘섶다리’였다. ‘아직도 이런 게 남아있어?’라고 생각하며 한참동안 다리를 바라봤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의 한 장면이 떠올랐고, 이곳을 건너서 학교에 가는 아이들의 정겨운 모습이 상상이 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영월군에서 쉽게 섶다리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찾기가 어렵다. 그나마 관광객을 위해 군에서 설치하지 않는다면, 섶다리를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영월군은 매년 주천면 주천강에 섶다리를 놓는다. 섶다리는 기둥이 될 다리를 먼제 세우고 다음 긴 나무를 건너지르고 그 위에 소나무 가지를 꺾어 깐 다음 잔디나 흙을 덮어 완성한다. 옛날에는 홍수가나면 강물의 수위가 높아져 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다리가 섶다리. 어머니는 장을 보러, 아이는 학교를 가기 위해 섶다리를 건넜을 테다.
드라마에서처럼 남도산과 서달미가 걷던 섶다리를 건너본다. 살짝 흔들거리는 게 섶다리의 묘미. 난간이 없기 때문에 장난을 치거나 비틀비틀 걸었다간 강에 빠지기 일쑤다. 봄이 아직 찾아오지 않은 탓에 빈껍데기 같은 나무가 눈앞에 소소한 풍경으로 펼쳐지지만 그마져도 아름답다. 어디에서 이런 풍경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다리를 건너자마자 이색적인 공간이 눈에 띈다. 바로 허름한 판잣집. ‘섶다방’이라고 손글씨로 쓴 명패가 붙어 있다. 차를 팔았던 공간인 것 같은데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남도산이 이 섶다방 앞에 있는 평상 위에서 쉬어갔다. 촬영 때 잠깐 쓴 것인지 평상은 보이지 않고, 앉아서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그네 의자가 3개나 있다. 꽃이 피는 봄이나 초록이 무성한 여름, 단풍이 드는 가을에 와도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적인 감각이 엿보이는 ‘젊은달와이파크’
섶다리에서 시간을 보내다 ‘젊은달와이파크’라는 전시관으로 향했다. 이곳은 2019년 6월에 오픈한 복합예술공간으로 최근 SNS에 이곳에 다녀왔다는 젊은 사람들의 글이 많은데, 바로 전시관의 시그니처 컬러인 붉은색 때문이 아닌가 싶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붉은 조형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낸다. 젊은달와이파크 입구에 있는 붉은 대나무숲은 강렬한 색감과 웅장한 모형으로 강릉의 오죽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젊은달 공간디자이너인 최옥영 작가는 “젊은달을 재생공간으로 탄생시키면서 가장 자연적인 색상인 원색 ‘빨강색’을 이용하고자했다”며 “원초적인 생명의 근원의 색깔인 이 색상으로 무한한 우주의 공간을 건물 속에 담았다”고 말했다.
젊은달와이파크는 폐건물을 활용한 재생 공간으로 기존의 건물 내벽과 천정을 모두 뜯어내고 붉은 파빌리온, 목성, 붉은 대나무, 바람의 길 등 미술관 공간을 연결하고 새롭게 만들어 냈다.
입장료는 성인 한 명당 만 오천 원. 조금 비싼 듯하지만, 전시관을 다 관람하려면 최소 한 시간 이상은 소요되는 넓은 공간으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전시관에 입장해 처음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은 ‘목성’으로 소나무를 엮은 거대한 바구니를 엎어 둔 것과 같은 형상이다. 독특한 것은 한 가운데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나무를 하나씩 쌓아올려 돔 형태로 구성했는데, 그 무게가 무려 200톤이다. 웅장함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이 외에도 붉은 파빌리온과 바람의 길 등의 11개 구역을 관람하다보면 ‘정말 많은 미술작품에 공을 들였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낯선 곳이든 익숙한 곳이든 여행은 그 자체로 즐겁다. 긴장과 편안함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는 그 기분 좋은 시간에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온다면 차를 타고 잠깐 동안의 나들이라도 즐겨보기를.
함께 가면 좋을 영월 여행지
1. ‘한반도 지형’
강원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 한반도지형주차장 / 1577-0545
명승 제75호로 지정된 한반도 지형. U자 모양으로 꺾이는 강물과 땅의 지형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마치 마을이 한반도 모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영월의 명소로 꼽힌다.
2. ‘카페 느리게’
강원 영월군 영월읍 청령포로 37
영월의 몇 개 되지 않는 카페.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단연 보리당고와 느리게 크림 말차다. 이 두 가지 시그니처 메뉴를 맛보기 위해 카페에 들른다는 사람이 많다. 인테리어 컨셉은 약간 아쉽지만, 달달한 보리당고 맛은 끝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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